(글샘일보 = 칼럼니스트 정재호)

정부가 또다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수혈 카드를 꺼냈다. 이번엔 현금이 아니라 한국도로공사 주식 5천억 원어치를 현물로 들고가는 방식이다. 전세 사기 후폭풍과 PF 부실이 얽혀 보증 여력이 말라가니, 응급 처방이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HUG의 보증 한도는 자본금의 90배로 묶여 있다. 자본이 줄면 전세?분양?PF 보증이 줄줄이 멈춘다. 지난해 2조5천억 원대 순손실로 자본금이 5조 원선 아래까지 밀린 시점이었으니, 정부 입장에선 더 미룰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출자까지 합치면 최근 5년간 정부가 HUG에 투입한 돈만 6조 원 안팎이다.

문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지 시장이 냉정하게 묻고 있다는 점이다. PF 부실이 어디까지 불어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고, 전세 사기 피해 보상도 진행형이다. 자본금이 잠시 불어난다고 해서 보증 리스크가 단번에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공적 보증기관이 멈추면 주택 공급과 전세 시장 자체가 얼어붙는다. 정부가 현물출자라는 우회로까지 동원한 이유다. 향후 금리 방향과 부동산 거래 회복 속도에 따라 추가 증자 카드가 또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관건은 HUG 스스로의 체질 개선이다. 보증 심사 기준을 더 촘촘히 하고, 부실 프로젝트를 조기에 정리하지 못한다면 자본 확충은 반복 수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번 현물출자가 '돌파구'인지 '유예 버튼'인지, 하반기 시장 흐름이 답을 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