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일보=김여름 기자] 최근 강화된 분리배출 기준과 과태료 단속으로 인해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이 시민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하루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950.6g으로 5년 전보다 2.2% 늘었고, 종량제 봉투에 담기는 혼합 쓰레기는 29.5%나 증가했고 분리배출은 강화했지만 현실은 시민들의 불편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원룸·오피스텔 등 1인 가구 밀집 지역과 외국인 거주자, 그리고 이들의 쓰레기를 다시 분류해야 하는 환경미화원에게 그 부담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원룸에 거주했던 김 모 씨는 "제가 낸 종량제 봉투에 외국인 여성이 음식물 쓰레기를 몰래 넣었고, 그 봉투가 규정을 어긴 것으로 처리돼 결국 제가 과태료를 냈다"며 억울함을 털어놨다.

분리배출 기준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음식물이 묻은 비닐이나 종이컵은 일반쓰레기로, 고장 난 조명·스탠드 등은 폐기물 스티커를 부착해 배출해야 한다. 문제는 이 봉투와 스티커를 사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대학생 자취생은 "스탠드 일부를 쓰레기장에 버렸는데, 청소하시는 분이 '폐기물 봉투가 있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며 "막상 근처에서는 봉투를 파는 곳도 찾기 어려워 결국 버리기조차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배달음식 포장재도 문제다. 뚜껑, 용기, 나무젓가락, 포장 비닐 등 종류별로 나눠야 하다 보니 버리는 데 큰 스트레스를 느끼고, 일부는 방 안에 쓰레기를 쌓아두는 이른바 '쓰레기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 부담은 결국 현장으로 돌아간다. 청소 용역 노동자 A씨는 "스티커 없는 조명, 섞인 배달쓰레기, 혼합 포장용기 등을 하나하나 다시 분리해야 한다"며 "하루에도 수십 번 허리를 굽히고 손으로 뜯는다"고 말했다.

외국인 거주자들은 대부분의 안내문이 한국어로 되어 있어 기준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고, 배출 앱 역시 사용이 복잡하다는 반응이다.

더 큰 문제는 지자체마다 분리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지역은 '비닐 오염 시 일반쓰레기', 다른 지역은 '깨끗이 닦아 재활용'으로 안내해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리배출은 시민의 책임이지만, 동시에 실천 가능한 시스템이어야 한다"며 "단속보다 접근성과 교육, 그리고 편리한 배출 환경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쓰레기를 들고 몇 분간 머뭇거리다 돌아서고, 누군가는 과태료를 내서 억울하고,또 다른 누군가는 남이 버린 플라스틱을 뜯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속 가능한 분리배출'을 위해 필요한 건 규제가 아니라, 생활 속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