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장애인 단체들이 투표 참여가 힘든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투표 환경 개선 촉구에 나섰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 단체는 9일 오전 10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이해하기 쉬운 선거자료 정당별 제작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시민단체 활동가와 발달장애인 등 약 3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해줄 대통령 뽑습니다',' 알기 쉬운 선거 공보물' 등의 손팻말을 들고 "쉬운 투표 용지를 만들어달라", "쉬운 공고물을 제공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박경인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활동가는 여는 발언을 통해 "투표하려면 어떤 사람을 뽑는 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투표용지 만큼이나 공보물이 중요하다"며 "발달장애인들은 공보물이 너무 어려워 보기가 어렵다. 공보물에 사진, 그림, 설명 등을 통해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차별구제청구소송을 맡았던 이수연 법조공익모임 '나우' 변호사는 "장애인 차별금지법은 참정권과 관련하해 공직선거 후보자 및 정당과 관련된 정보를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한 정도의 수준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정당과 후보자들이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다"며 "발달장애를 가진 국민에게는 참정권을 비롯해 선거와 관련된 정보를 자신의 장애 유형, 정도, 특성에 맞게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정당에 선거 공보물과 공약서를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제작해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투표 보조용구'의 빠른 도입을 촉구했다.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지난해 발달장애인에게 투표 보조를 지원하라는 내용의 재판을 이겼는데 선관위가 반대하고 있다"며 "이해하기 쉬운 자료를 만들고 투표보조 용구를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선관위는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 지침에서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 내용을 별도 공지 없이 삭제했다.

이에 발달장애인인 박경인·임종운씨가 발달장애인의 선거 참여를 지원하는 국가 의무를 저버렸다며 지난 2022년 1월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이은혜 이준영 이양희)는 "발달장애인이 원활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정당 로고, 후보자 사진 등을 이용한 투표 보조 용구를 제공해야 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선관위가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