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일보 = 칼럼니스트 정재호)

요즘 대권 레이스를 보면 지도 위에 시계를 얹어두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이재명 후보가 꺼낸 '1시간 경제권' 공약도 그 연장선이다. GTX A·B·C 노선을 지연 없이 완주하고 수도권 외곽, 나아가 강원까지 뻗겠다는 그림. 출퇴근자 입장에선 "사람이 시간을 이긴다"는 슬로건이 매력적이지만, 재원 조달이 급소다.

현행법대로라면 연장선 건설 비용은 지방정부 몫이다. 문제는 천안·아산처럼 1?km에 수백억 원이 증발하는 구간을 지자체 예산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 문진석 의원이 낸 개정안은 "본선 예타가 통과된 노선은 연장 구간도 국비 비율을 그대로 따라가자"는 제안이다. 요약하면, 국가가 지갑을 더 열어야 GTX 속도가 붙는다는 논리다.

구체적 수치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과도하지 않은' 국비가 얼마를 뜻하는지는 향후 시행령에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예타 면제 카드까지 거론되는데, 정치 일정에 맞춰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시각도 있다. 재정 여력을 묻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1시간 권역'이 완성되면 수도권 동남부와 강원 서부의 생활 반경이 한 뼘 더 넓어질 가능성은 크다. 집값, 산업 입지, 관광 수요까지 얽혀 있어 이해관계자의 로비전도 거세질 듯하다. 공약이 로드맵으로, 다시 예산안으로 이어질 때까지 올 초입 지도 위 시계바늘이 실제로 움직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