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선진국처럼 제로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양적완화 정책 도입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초저금리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통화정책 수단 다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30일 이창용 총재는 한국은행과 한국금융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우리 경제는 저출산과 고령화 가속, 그리고 장기적인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구조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정책금리가 제로 하한에 근접하는 상황이 오면 양적완화 같은 비전통적 정책 수단의 도입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사라졌을 때 선택했던 '양적완화'와 같은 정책이 한국에서도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 총재는 "만약 이러한 수단을 활용하기 어렵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수단에 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심포지엄은 '우리나라 통화 정책 수단의 운용 과제 및 시사점'을 주제로, 기존 정책 프레임워크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창용 총재는 환영사에서 유동성 수급 환경의 변화를 언급하며 "2010년대 중반 이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줄어들고,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이는 통화정책 운용 체계에 중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동안 유동성 흡수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어 온 통화안정증권의 역할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강조했다.?

통화안정증권은 장기 만기로 인해 정책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의 유동성 환경 변화에는 다소 경직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다가오는 저성장·저금리 시대 선제적 대응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정례화해 시중에 유동성을 보다 탄력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본격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금융시장의 일시적 유동성 부족 상황이나 비상경제 상황에 한해 제한적으로 활용돼 왔지만, 유동성 축소가 구조적으로 진행되는 현 시점에서는 상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총재는 "RP 매입 거래 역시 시장의 유동성 수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향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하며 한국은행의 장기 RP 매입과 금융불안기 대응을 위한 대기성 RP 매입 제도 등을 병행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통화안정증권에 대해서도 기존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구조적인 운용전략을 새롭게 설계해 보다 발전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이창용 총재의 발언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은행이 정책 유연성을 강화하고, 예상되는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