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리뉴스) 송민교 기자 =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강의실과 병원을 떠난 의대생·전공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책임감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고 있다"며 "이런 태도를 유지하면 의사 집단은 신뢰를 잃고 사회적 규제 강화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소속 하은진(중환자의학과), 오주환(국제보건정책), 한세원(혈액종양내과), 강희경(소아청소년과) 교수 등 4인은 17일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현재 진행 중인 의료 시스템 붕괴가 정부의 책임만은 아니다"라며 "여러분이 원하는 것이 단순한 정부 반대인지, 대한민국 의료의 개선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탕핑과 대안 없는 반대만 지속… 전문가의 태도가 아니다"

교수들은 "여러분은 의료 시스템 개선을 위한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다"며 "오직 '탕핑'(平·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도)과 반대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전공의 단체에서 나온 발언을 겨냥해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이 오만하다"며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채 동료와 환자를 외면하는 태도를 보면서 '내가 아플 때, 내 가족이 이들에게 치료받게 될까 두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수들은 "우리는 무엇보다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의사들은 의료 환경을 개선할 기회를 잃고, 오히려 더한 규제와 소송, 가혹한 근무 환경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이달 말까지 복귀해야" vs 의료계 "압박은 부적절"

정부는 이달 말까지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학칙에 따라 엄격히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4학년도에는 특례가 적용됐지만, 2025학년도에는 학칙에 따라 제적될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반면 의료계 일부에서는 정부와 대학이 제적 가능성을 내세워 압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의대 학장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압박과 회유로는 교육 정상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도 "의대생들의 복귀를 조건으로 각종 불이익과 시한적 압박을 가하는 정부 태도는 놀랍다"고 비판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 최근 건국대 의대 본과 2~3학년 학생들이 "수업 복귀자는 동료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입장문을 발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울대 교수들의 공개 비판이 의료계 내 분위기를 바꿀지 주목된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서울대 의대가 단체행동에 반대하며 의대생 입장 변화를 이끌어낸 전례가 있다.

교수들은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책무를 다하는 전문가로서 개혁을 이끌 것인지, 계속 방해하는 훼방꾼으로 낙인찍혀 독점권을 잃고 도태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