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일보 = 칼럼니스트 정재호)

요즘 부동산 경매 시장을 보면, 상가 물건이 이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통계를 살펴봐도 낙찰률과 낙찰가율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니, 상가 수요가 예전 같지 않은 건 분명해 보인다. 경기 침체로 소비가 줄어들다 보니 임차인 구하기가 쉽지 않고, 그만큼 공실 위험도 커졌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도 낙찰가가 감정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사례가 등장하는 건 생각해볼 문제다. 과거에는 '상권만 좋으면 어느 정도 가치가 보장된다'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요즘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인들이 많아지면서 수익률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듯하다. 분양된 지 꽤 된 상가의 경우, 임차 수요가 더욱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도 원인 중 하나일 수 있겠다.

문제는 앞으로 이 상황이 얼마나 이어질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가 해결되지 않는 한 소비 위축은 계속될 수 있고, 자연스레 상가 임대료도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나 싶다. 게다가 고금리 환경에서 대출 이자가 만만치 않으니, 상가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완전히 비관적일 필요만 있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경기 사이클의 변화와 함께 상권이 서서히 회복될 여지도 있다. 다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를 정확히 예측하긴 어려우니, 당분간은 '매수보다 매도자에게 불리한 시장'이 계속될 듯하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선별적으로 접근해 수익이 가능한 지역만 골라 공략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결국 상가 투자는 이처럼 경기 흐름과 맞물려 변동성이 큰 분야다. 요즘같이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임대 수익의 안정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공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안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출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오는 상가가 더 늘어날 수도 있으니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자세가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