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이 한국 사회에 등장한 지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 간다. 그간 정부와 금융기관은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왔고, 2011년 제정된 전기통신금융사기 특별법을 통해 피해 구제를 위한 법적 근거도 갖추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수법은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문자메시지를 통한 '스미싱'과 메신저 피싱, 해킹, 몸캠피싱, 로맨스 스캠, 딥페이크 피싱 등 그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피해 규모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의 보이스피싱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이 2022년부터 보이스피싱 범죄를 집중 단속한 결과, 2021년 7,744억 원이었던 피해 규모가 2023년에는 4,472억 원으로 42%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피해액이 다시 3,242억 원에 달하며, 보이스피싱은 여전히 민생의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민생 범죄'다. 일반 시민들이 한순간의 연락을 통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재산을 날리는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대응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주도자 엄벌이 필요하다. 보이스피싱 수사의 목표는 단순한 말단 가담자가 아닌 조직적 주도자를 찾아내어 엄벌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현재는 주도자는 찾지 못하고, 고의성이 낮은 현금 수거책 같은 말단 가담자가 실형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범행에 깊이 가담했을 수 있으나, 많은 이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일에 관여하게 되고, 나중에야 이상함을 느낀다. 보이스피싱 수사는 이들에게 지나친 형사 책임을 묻기보다, 사기 행위에 직접적으로 가담한 유인책, 관리책, 총책에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예방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민들이 보이스피싱 수법을 쉽게 이해하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파상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기관과 업체가 협력하여 홍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와 수사 비용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다.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홍보물을 통해 국민들이 보이스피싱의 위험을 인식하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셋째, 발신국가 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범행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 발신된 전화나 문자에 '해외'라는 문구를 표시해 잠재적 피해자들이 이를 경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들이 해외에서 온 연락을 쉽게 의심할 수 있어, 보이스피싱 조직의 강점을 약점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외에서 발신된 연락에 경각심을 갖게 되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결국 국내로 들어올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수사기관이 강력히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물론 이러한 제안은 예산이나 기술적 문제로 현실화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 '확실한 주의 없이 얼떨결에 관여하면 큰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무차별적인 공포가 아니라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은 중요하다. 또한 효과적인 홍보를 통해 국민 스스로의 정보력을 키워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처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므로, 범죄 조직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글] 법무법인 프로스 변호사 박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