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일보 = 칼럼니스트 정재호)

정부가 생활형숙박시설, 흔히 말하는 레지던스의 용도변경을 조금 더 쉽게 해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기존에는 레지던스를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하기 위해 분양 계약자 100%의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이제 그 기준을 80%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이 같은 조치는 업계의 오랜 요구를 반영한 것이지만, 실제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지는 두고 볼 문제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관련 법률 개정 작업이 한창이며, 연말쯤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동의율을 80%로 낮춘다는 것은 분양 계약자의 전원 동의를 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레지던스 현장에서 일부 입주자는 여전히 숙박시설로 활용하기를 원하고, 모든 계약자의 의견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경기 안산의 '힐스테이트 라군인테라스' 같은 경우, 87%의 동의를 얻었지만 아직 기준에 미치지 못해 용도변경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물론, 동의율을 80%로 완화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오피스텔 용도에 맞는 주차장?확보 문제가 있는데, 기존 주차 시설이 부족할 경우 추가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을 누가 지느냐입니다. 시행사나 시공사가 이를 부담할지, 아니면 소유자들에게 분담을 요구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오피스텔 입지 제한이 걸려 있기도 해, 모든 레지던스가 쉽게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게다가, 용도변경을 추진하려는 계약자들에게는 금융권의 대출 규제도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있습니다. 한국레지던스연합회에 따르면, 정부의 합법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에도 여전히 은행들은 대출을 막고 있어 계약자와 시행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부의 정책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이제 정부의 방향은 어느 정도 정해졌지만, 본격적인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업계와 계약자들이 염원하는 만큼 속도감 있게 법적 절차가 진행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과정에서 나올 다양한 의견들이 반영돼,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