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리뉴스) 김시아 기자 = 병원장이 수술을 집도했다고 알려졌던 '36주 태아 낙태'를 실제 집도한 의사가 따로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수사를 진행하고 압수물과 의료진 진술을 분석한 결과 실제 집도의가 별도로 있다고특정하고, 지난달 하순 살인 혐의로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실제 집도의는 다른 병원 소속의 산부인과 전문의로 경찰 조사에서 수술한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관계자는 "최초에 관계자들의 거짓진술로 집도의가 뒤늦게 파악됐다"며 "의료진 전원 조사를 했으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상호 엇갈리는 내용이 확인돼 진술 분석 후에 추가 조사를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수술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의료진은 병원장과 보조 의료진 3명, 이 병원 직원이 아닌 집도의와 마취의 등 총 6명이다.

병원장과 집도의는 살인, 다른 의료진 4명은 살인 방조 혐의를 받는다. 병원장에게는 병원 내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의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경찰은 해당 낙태 경험담을 유튜브에 올린 20대 유튜버 A씨 역시 살인 혐의로, 병원을 알선한 브로커 1명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브로커는 병원 관계자는 아니며, 인터넷 블로그에 광고를 올려 환자를 알선하고 병원에서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관계자가 아닌 자가 광고 목적으로 환자를 알선하면 의료법상 환자 알선 행위로 처벌이 가능하다.

앞서A씨는 지난 6월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36주 태아 낙태' 브이로그를 유튜브에 게재했다. 다른 병원 2곳에서 낙태 수술을 거절 당한 이후 해당 병원에서 900만 원을 내고 수술을 받았다고 해 큰 논란이 일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설마...말도 안된다" "조작영상이다"는 등 믿지 못하는 반응들을 보이기도 했으며, 영상의 진위여부를 밝히기 위해 경찰조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어 복지부는 지난 7월 유튜버와 집도의 등을 경찰에 살인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고, 본격적인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의료진 등의 휴대전화 및 태블릿 등 13점과 진료기록부 등 자료 18점을 압수하고 강도높은 수사를 펼치고 있다.

경찰은 유튜버와 의료진 등의 살인 혐의 입증에 주력하는 한편, 태아의 화장 일자도 수상하게 여기고 있다. 수술 날짜는 지난 6월 25일이지만 화장 일자는 수사의뢰 다음 날인 지난 7월 13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 집도한 의사가 따로 있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자 낙태 브이로그를 믿지 못하던 누리꾼들도 "이게 진짜였다니" "주작이길 바랬는데"라며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