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역 버스정류장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버스에서 하차한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보도가 혼잡해 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8.13.

[한스경제=권선형, 김호진 기자] 14일 오전 8시 사당역 중앙차로 버스정류장. 과천시 남태령을 넘어 사당역에 도착한 광역버스와 시내버스들이 실시간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내려주고 있었다. 수원시, 시흥시 등에서 출발한 광역버스에서는 버스 최대 인원인 45명이 한꺼번에 내리고 있었고, 군포시, 과천시 등에서 출발한 시내버스에서는 20명 정도의 직장인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이들은 대부분 경기도에 있는 집에서 광역버스와 시내버스를 타고 서울 직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로, 이곳에서 환승해 사당역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경기도 버스를 이용해 서울 지하철을 가장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경로로 출근시간에는 매일 같은 시간대의 버스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다. 이곳에 내려 100m 이상을 중앙차로 버스정류장 인도로 걸어 횡단보도에 도착하고, 이후 오른쪽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다시 100m를 걸어가면 2호선과 4호선을 이용할 수 있는 사당역 3번 출구를 마주한다.

시민들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역 버스정류장 앞 횡단보도를 건넌 후 지하철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8.13.

오전 8시3분, 광역버스와 시내버스에서 내린 직장인들이 총총걸음으로 빠르게 걷거나 늦었다는 듯 중앙차로 버스정류장 인도에서 뛰기 시작했다. 보통의 출근시간이 오전 9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강남역이 직장인 경우 지금부터 사당역 2호선을 이용하면 오전 8시30분, 종로나 마포, 여의도가 직장인 경우 오전 8시40분경에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다.

차례대로 순서를 기다리면 되지만 마음이 급한 사람들은 줄을 이탈해 왼편에 있는 버스전용차선까지 내려가 제일 앞에 있는 횡단보도까지 새치기 하고 있는 모습도 계속 발생했다. / 한스경제

직장인들이 한꺼번에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 인도에 몰리자 사고 위험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버스에서 내려 마주한 인도의 폭은 가로로 2m정도지만 길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는 횡단보도인도의 폭은 1.5m까지 좁아져 있다. 이날도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경쟁적으로 내달려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에 차례로 도착하고 뒤로 밀려50m, 길게는 100m이상 줄지어 있는 모습이 한동안 이어졌다. 차례대로 순서를 기다리면 되지만 마음이 급한 사람들은 줄을 이탈해 왼편에 있는 버스전용차선까지 내려가 제일 앞에 있는 횡단보도까지 새치기하는모습도 계속 목격됐다.

시민들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역 버스정류장 앞 차도를 이용해 횡단보도로 이동하고 있다. 시민들을 지나는 차량들로 인해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8.13.

이렇게 앞지르기를 해 횡단보도까지 도착한 사람들은 인도가 아닌 도로에서 신호대기를 하면서도 태연해 보였다. 시선은 손에 쥔 핸드폰을 향해 있었고 중간 중간 헤드폰과 이어폰을 꼽고 있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의 바로 옆 인도에서 신호를 대기하는 사람들도 공간이 좁아 도로 바로 앞까지 밀려나기 직전의상황이었지만 태연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10~15cm 바로 앞에 차가 지나가고 있는데도 크게 괘념치 않은 모습이다. 뒤에 있던 사람이 위험하다며 뒤로 물러나라고 하자 그제야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일 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들이 서 있는 바로 앞으로 덤프트럭, 버스들이 수시로 지나가고 있었다.

서울시 교통량 보고서에 따르면 평일 기준 오전 6~9시 이곳을 지나가는 차량 대수는 약 7000대 정도다. 지나가는 차종은 자동차, 버스, 트럭, 포크레인, 운전연수 차량 등 다양하다. 특히 덤프트럭의 경우 차체가커어떤 경우에는 직장인들이 손으로 들고 있는 휴대폰까지 스쳐지나갈 정도로 아찔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직장인은 "매번 출근하는 길이지만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라며 "설마 여기서 사고가 나겠어 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이 멍하니 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은 "사당역까지 가려면 이 횡단보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신호대기공간이 너무 협소해 서로 앞으로 가려고 하다 보니 인도를 벗어나는 사람도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며 "질서있는상황에서도 위험한 공간인데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지르기를 해 횡단보도까지 도착한 사람들은 인도가 아닌 도로에서 신호대기를 하면서도 태연해 보였다. /한스경제

이에 대해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사당역 중앙차로 버스정류장의 안전성이 낮아 상황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당역 중앙차로 버스정류장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승·하차하는 사람들이 뒤엉켜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된 경우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동선이 얽히며 부딪쳐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감정이 상하는 사례도 목격됐다며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대형사고가 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의수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이곳의 위험성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시스템적인 보호 장치를 설치하는 방법, 안전관리 감독관을 배치하는 방법, 안내·경고 방송을 하는 방법 등이 있다"며 "다만 사당역의 경우 스크린도어 같은 장치를 설치하기에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오히려 통행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복잡한 상황이다. 안전요원이 출근 시간대에 나와서 관리·감독하고 지도하는 방법이나 안내·홍보 방송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위험은 늘 예상을뛰어 넘는 법으로, 무엇보다 위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서울시의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위험성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