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부터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절반으로 감축하는 등 고강도 규제에 나서면서 은행권이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강도 높은 가계대출 옥죄기에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익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총 754조8348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734조1350억원) 대비 20조6998억원(2.82%)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16조1629억원(2.33%)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더 가팔라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늘리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가게대출 총량 목표를 올 하반기부터 당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하는 내용의 대출 규제를 발표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이달 1일부터는 수도권 가계대출에 1.5%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도 전격 도입했다.

이로 인해 가계대출 증가세도 크게 꺾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권 가계대출 규모는 대략 1800조원으로 정부는 경상성장률 3~4% 정도를 감안해 연간 증가폭을 75조원 정도로 관리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명목 성장률이 1%p 줄어든 상황에서 대출 총량 목표를 50% 수준으로 감축하면 연간 기준 약 20조원, 올 하반기로는 10조원 정도 가계대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이자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이 줄어들게 되면서 은행들의 하반기 순익에는 비상등이 켜지게 됐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축소에 따른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기업대출을 적극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금리인상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했던 2022~2023년에도 기업대출을 확대해 수익 성장세를 키워왔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총량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지만, 2022년과 2023년에도 가계대출이 부진했을 때 기업대출 증가로 전체 대출 성장률은 3~5% 수준을 유지했다"며 "현 시점에서 이번 규제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경기 부진으로 기업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있는 만큼 기업 대출 확대에도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 4월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68%로 전년 동월 대비 0.14%p 올랐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0.83%로 0.17%p 올라 대기업(0.02%)보다 상승폭이 컸다.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출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추가 규제 상황이나 시장 흐름을 보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