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임준혁 기자]HD현대 품을 떠난 조선기자재 기업 현대힘스가 주력 사업인 선박 블록 제작 외에 항만 크레인 부문에서 추가 수주를 따내며 든든한 신성장 동력을 확보, 순항하고 있다.

현대힘스는 HD현대삼호와 216억원 규모의 항만 크레인에 대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공시했다.

이번 계약은 HD현대삼호가 여수광양항만공사로부터 수주한 광양항 자동화부두 컨테이너 크레인(DTQC) 8기 중 일부를 현대힘스가 하도급 형태로 일감을 따낸 공사다. 계약 기간은 6월 30일부터 내년 10월 27일까지이며 계약금액 215억6100만원은 현대힘스의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의 9.66%에 달한다.

공사 대금은 선급금 13%, 중도금 77%, 잔금 10%의 지급 조건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가 가능한 구조다. 현대힘스는 지난해 인수한 전남 영암 소재 대불4공장 전문화 작업장에서 제작에 착수해 해당 항만 크레인의 주요 구조물을 납품할 계획이다.

이번 공사도급계약은 지난 3월 HD현대삼호와 체결한 항만 크레인 수주에 이은 연이은 성과로 글로벌 항만 크레인 시장 공급망 변화와 K-크레인 국산화 정책이 맞물린 결과란 분석이다.

글로벌 항만 크레인 시장은 항만 자동화 투자 확대와 신규 개장한 컨테이너터미널의 증가 등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항만 크레인의 '탈중국' 기조와 동남아시아로의 글로벌 공급망 이전 등에 따라 중국이 독점해 온 시장 판도에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힘스의 주요 고객사인 HD현대삼호는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중국산 항만 크레인 교체계획에 맞춰 적극적인 수주 영업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내수 시장 역시 우호적이다. 국내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터미널에 대한 자동화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부산신항과 이번 계약 물량인 광양항 3-2단계 터미널 자동화 공사에 이어 인천항을 관리·운영하는 인천항만공사 역시 인천신항 1-2단계 컨테이너터미널을 완전 자동화 터미널로 구축하기 위해 연내 컨테이너 크레인(DTQC) 8기에 대한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2040년 완공 예정인 진해신항 1단계에서는 크레인 198대 등 항만 하역 장비에만 1조30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현대힘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그동안 축적해 온 선박 블록 제작 기술력과 노하우가 항만 인프라 분야에서도 그대로 발현돼 거래처로부터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HD현대삼호와 첫 계약인 지난 3월 부산신항 2-6단계 크레인 공사에 이어 광양항 DTQC 8기 공사까지 연속 참여함으로써 양사 간 파트너십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힘스는 2008년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이 100% 현물 출자해 설립한 국내 1위 선박 블록업체다. 기관실 블록, 중앙부 블록, 구상선수, 액화석유가스(LPG) 탱크의 선박 기자재 등을 대형 조선사에 납품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등 주로 HD현대의 조선 부문 계열사로 매출 비중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2024년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32억원, 2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7.9%, 영업이익은 4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01억원에서 166억원으로 63.7%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비중을 보면 선박 구성부품(블록) 매출(1540억원)이 전체 매출(1668억원)의 92.5%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현대힘스의 최대 주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PE)다. 지난 2019년 제이앤PE는 HD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현대힘스 지분 75%를 975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제이앤PE는 새마을금고중앙회 등과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한 후 특수목적법인(SPC)인 허큘리스홀딩스를 세워 현대힘스 지분을 매입했다.

작년 1월 현대힘스는 공모가 기준(7300원) 2540억원의 몸값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당시 신주발행(522만4000주)과 구주매출(348만3000주)로 제이앤PE(허큘리스홀딩스)의 지분율은 53.75%로 감소했다. 같은 해 6월 우리사주매수선택권을 행사하며 작년 상반기 기준 제이앤PE의 지분율은 53.06%로 낮아졌다. 현대힘스의 2대 주주는 HD한국조선해양(21.25%)이며 나머지는 일반주주(약 22%)이다.

현재 제이앤PE는 현대힘스를 M&A 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며 매각을 추진 중이다. 제이앤PE는 당초 지난 2월 현대힘스 매각을 공식화했지만 지난달에 매각 주관사로 NH투자증권과 삼일회계법인(PwC)을 선정했다. 주관사 선정이 늦어진 이유는 인수 후보가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 투자은행(IB)업계의 분석이다.

현대힘스는 현재 시가총액이 7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제이앤PE 측이 갖고 있는 지분 53.06%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적용하면 현대힘스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은 최소 5000억원 이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원래 주인인 HD현대가 현대힘스 재인수 물망에 올랐지만 (인수를) 포기한 이유도 높은 몸값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는 현대힘스의 2대 주주인 HD한국조선해양을 통해 인수 우선협상권을 보유했다. 하지만 현대힘스가 6년 전 매각 당시와 비교해 덩치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HD현대는 내부 논의 끝에 우선협상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HD현대는 현대힘스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구속력이 콜옵션이나 우선매수권에 비해서는 약하다"며 "제이앤PE가 제3자 매각 등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