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한국과의 무역협상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플랫폼법 제정을 막아달라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일(현지 시간) 애드리언 스미스(공화·네브라스카) 하원의원실에 따르면 공화당 의원 43명은 지난달 29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한국의 무역장벽 해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진행중인 무역 협상에 대한 지지를 표하기 위해 서한을 보낸다"며 "한국과 광범위한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이 미국 기업들에 부과하고 있는 장벽들을 행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협상에서 다뤄야한다고 강조하는 장벽 중 하나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고 이재명 정부가 수용한 법안"이라며 플랫폼법을 지목했다.

이들은 "이 법안은 미국 디지털 기업들을 과도한 규제요건으로 표적 삼고 있다"며 "유럽연합의 노골적으로 차별적인 디지털시장법을 모방하고 있으며,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약화시키고 성공적인 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도록 설계된 불균형한 법적·집행 기준을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미국 기업만을 과도하게 겨냥해 바이트댄스, 알리바마, 테무와 같은 주요 중국 디지털 대기업은 사실상 규제를 면제함으로써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대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러한 불균형은 데이터 보안, 허위정보 유포, 경제 강압, 그리고 스파이행위와 관련된 위협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공정거래법을 보호주의와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고도 적었다.

서한은 "미국 기업에 대한 불시 압수수색, 과도하고 공격적인 법집행, 다른 나라에서는 범죄로 간주하지 않는 일반적 업계 관행에 대해 형사처벌 위협까지 가해지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러한 과도하고 자의적인 경쟁법 집행은 정당하지 않은 조사와 불필요한 처벌로 이어질 뿐 아니라, 미국 기업들의 한국 시장 내 활동을 심각하게 제약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는 플랫폼법 제정은 윤석열 정부 때부터 추진됐으며,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그동안 발의된 플랫폼 독점규제법과 거래공정화법 제정안을 종합해 입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협상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문제 삼는다면 입법 논의에도 제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플랫폼법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기업 뿐만 아니라 쿠팡, 구글, 메타, 애플 등 미국 기업도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정부가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서비스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려하자, 무역협상을 중단하고 관세율을 일방통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캐나다가 과세 계획을 철회하자, 협상이 재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