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전시현 기자]미국 상원이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며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되는 길이 열렸다. 상원은 17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이른바 '지니어스(GENESIS) 법안'을 찬성 68표, 반대 30표로 가결했다. 법안은 이제 하원으로 넘어가며, 일부 조항에 대한 조정 가능성도 남아 있다.

◆ 규제 넘어 제도권 '공인'…스테이블코인 금융 인정받아

지니어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담보 요건을 명문화하고자금세탁방지(AML) 및 소비자 보호 조항을 포함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가상자산, 그중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정당한 금융수단'으로 공식 인정한 셈이다. 법안은 민주당 소속 18명을 포함한 양당 의원들의 초당적 지지를 받아, 1월 이민법안 이후 두 번째로 초당적 통과를 기록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일반적으로 미국 달러화와 일대일로 연동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으로, 국경 간 송금과 금융 거래를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부분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를 담보로 삼고 있어, 이번 입법은 국채 수요 유지와 달러 패권 방어라는 점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 美 재무 "2030년까지 3.7조 달러 시장" 전망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법안 표결 직전 "이번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이 2030년까지 3조7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도권 금융 안에서의 안정적인 자산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반응도 일단 긍정적이다. 업계에서는 "비록 규제법안이지만오히려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내 금융 상품으로 정당화한 입법"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에게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공됨으로써 투자 확대와 글로벌 확산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트럼프 가족' 예외 조항에 쏟아지는 비판

다만 논란도 있다. 이번 법안은 의회 의원과 그 직계 가족의 스테이블코인 투자로 인한 이익을 제한하고 있으나대통령과 그 가족은 예외로 규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트럼프가 지난해 9월 가상자산 플랫폼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을 설립하고 '트럼프 밈 코인' 및 자체 스테이블코인 'USD1'을 발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이 법안은 트럼프 일가의 부패를 위한 '슈퍼 고속도로'를 여는 꼴"이라며 조항 수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한편 스테이블코인 입법 호재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진 탓이다. 미국 동부시간 17일 오후 8시48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2.05% 하락한 10만4603달러에 거래됐다.

이번 상원 통과가 단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제도권 금융 편입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에는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원의 최종 승인 여부와 법안 조정 향방에 따라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판도 역시 요동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