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 간 대규모 군사 충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1% 넘는 강세를 보이며 연중 최고치를 다시 썼다. 상징적 의미를 지닌 '삼천피'까지는 불과 2% 남짓 남겨둔 상황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양국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낮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됐다고 진단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52.04(1.80%) 오른 2946.66에 마감했다. 지난 13일 중동발 우려로 2900선을 내줬던 코스피는 하루 만에 이를 다시 회복했다. 향후 지수가 1.81% 추가 상승하면, 2022년 1월 3일(3010.77) 이후 약 3년 반 만에 '삼천피' 고지를 다시 밟게 된다.

이날 코스피의 강세는 이스라엘-이란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곳이 봉쇄될 경우 유가 급등 → 글로벌 인플레이션 자극 →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약화 → 시장금리 상승 → 증시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이란의 대응 수위가 낮아지고, 주요국의 중재 움직임도 가시화되면서 사태는 점차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한다면 보복도 멈추겠다"고 밝히며 확전 자제 의사를 내비쳤다.

실제로 유엔 안보리 회의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잇달아 열리며 국제사회가 사태 확산 저지에 나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며, 투자심리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참고하면 전쟁 직후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고 이후 저가 매수 기회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이란 충돌이 단기간 내 종결되긴 어렵지만, 증시의 상승 흐름을 꺾을 만한 대형 악재로 비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과거 오일쇼크와 걸프전,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전면전 수준의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정학적 이슈는 주가에 일시적인 충격만 줬다"고 말했다.

신민섭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전쟁 이슈는 단기적인 조정 이후 저가 매수 기회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며 "국내 증시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자본시장 부양 의지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지주사나 금융 섹터는 투자처로 주목할 만하다"고 전했다.

정책 기대 역시 증시 반등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이 있었지만, 밸류에이션 매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선행 12개월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이하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조정 시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기준 코스피의 PBR은 0.97배다.

외국인 수급도 지수 상승을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은 대선 이후 코스피에서만 4조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강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과 이란 간 공방이 장기화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다시 부각될 경우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주요 변수로 꼽힌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의 긴장 상황이 단기간 내 해소되긴 어렵기 때문에, 증시는 당분간 전쟁 상황을 주시하며 눈치보기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