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4일(현지시간)부터 발효됐다. 한동안 잠잠했던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내 철강주들의 주가 흐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증권가는 이번 조치로 인한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 불균형과 수요 위축 등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 조치는 한국시간 기준 4일 오후 1시 1분부터 공식 발효됐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국가별 철강 수입 비중은 캐나다가 22.7%로 가장 높고, 브라질(15.6%), 멕시코(12.2%), 한국(9.7%) 순이었다. 한국은 미국의 네 번째 철강 수입국이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단순한 통상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이 뚜렷한 전략"이라며 "미국 국제통상법원이 일부 관세 조치에 제동을 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러스트벨트 지역 노동자들의 표심을 겨냥해 다시 강경 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재선이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중간선거를 겨냥해 공화당의 의회 장악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철강주들은 관세 인상 발효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5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KRX 철강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0% 오른 1931.59를 기록하며, 이틀 연속 4% 가까이 상승했다. 이 지수는 POSCO홀딩스, 현대제철, 고려아연, 풍산, 세아제강지주 등 주요 철강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업계는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도 낮아 이번 관세 인상에 따른 단기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POSCO홀딩스와 현대제철의 미국 수출 비중은 5% 미만으로,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세아제강의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약 30%에 달해 상대적으로 민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월 기준 미국 내 유정관 유통가격은 t당 2138달러, 한국산 수입가 평균은 1099달러로 약 94%의 가격 차이가 존재해 당분간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범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지난 2~3월 미국 내 열연강판과 OCTG(유정용강관) 가격이 각각 46.6%, 33.3% 급등했지만, 4월 이후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며 "이번 관세 인상분이 현지 판매가에 얼마나 전가될 수 있을지가 변수"라고 분석했다.

다만 관세 인상으로 인한 미국 내 수요 위축이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철강 가격은 단기적으로 상승하겠지만, 하반기에는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후 미국 수출이 막힌 물량이 글로벌 시장으로 흘러나올 경우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도 "한국 철강업체들이 미국 수출에 적용받는 25% 관세가 50%로 인상되면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 수출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유럽연합(EU)도 이에 대응해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달부터 EU는 자국 철강 수입 쿼터를 15% 축소한 바 있어 국내 기업들은 유럽 수출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현지 생산 확대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약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를 투자해 전기로 기반의 일관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는 원료 투입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갖춘 미국 최초의 전기로 일관 제철소로, 연간 생산 규모는 270만t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1위 철강사인 포스코도 해당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