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호영 기자]업계 중하위권 롯데손해보험에 대한최근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됨에 따라 파장이 일고 있다. 롯데손보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롯데손보의 자구책마저 쉽지 않으리란 예측과 함께 시장 퇴출 수순까지 언급하면서 롯데손보가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단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제도 강화와 맞물려 소수 기업 위주로 손보업계 시장 재편이 가시화하리란 것이다.

업계는 올해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도입에 따라 지급여력비율 하락 압박에 직면한 상태다. 롯데손보 이외에 메리츠화재와 디비(DB)손보 등 다수 보험사들이 올 초 자본 확충 전략에 나섰다. IFRS17 도입에 따른 핵심 변화로는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고 보험계약마진(CSM)을 보험기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상각하는 것이 꼽힌다.

28일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부터 잇단 제도 변화로 인한 일시적이고 일회적인 경영실적 변동이 있었지만 감독 기준 합리화 방안과 맞물려 장기적으론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보험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지속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오고 있다"고도 했다.

일례로 자동차보험은 머신러닝 기반의 운영 모델을 정교화해 손해율 개선과 우량 계약 확보에 주력하고 장기보험은 채널·상품·담보별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 외형 성장과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온 것이다.

롯데손보는 앞서 장기안정보험 비중을 2023년 85.2%에서 2024년 87.8%로 확대하기도 했다. 이는 보험손익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인데, 업계는 이번 신평사 하향 조치와 관련해 이런 보험상품 구조조정 전략을 지속해야 한다고 본다. 이때 강조되는 것이 기존 롯데손보의 디지털 보험 플랫폼(ALICE·앨리스) 활용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 사이버 마케팅(CM) 상품과 장기안정보험 판매를 확대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본확충을 통한 재무건전성(자본적정성) 개선 방안으론1000억원대 유상증자 계획도 언급되는데,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구조와 시장 여건 등으로 사실상 제동이 걸린 상태다. 금감원은 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롯데손보는 최근 공시를 통해 '미확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롯데손보는 고위험·고금리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도 추진해왔지만 최근 900억원 규모 콜옵션 행사에 실패했다. 현재 기관투자자 대상의 사모 후순위채 발행 등 추가 자본확충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조건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앞서 롯데손보는 항공기·호텔·사회간접자본(SOC) 등 대체투자 비중을 2020년 55.7%에서 2023년 36.7%로 축소, 안전 자산(국공·특수채) 비중을 22.7%에서 42.1% 높이기도 했는데, 퇴직연금 부문 이자부담 완화를 위해 이런 대체투자 비중 감소와 채권 포트폴리오 재편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해보험업으로서 롯데손보는 화재보험과 해상보험, 자동차보험, 보증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올 1분기에 보험손익이 적자(-112억원)로 전환되고 자산수익률(ROA)은 0.29%(3개년 평균 0.77%)로 업계 평균을 하회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 기간 영업이익(127억원)과 당기순이익(113억원) 모두 전년 동기 대비 4분의 1 토막난 상태다. 2024년 말 기준 경과조치 전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25.8%로 규제 기준(150%)에 미달하고 있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손보 후순위사채·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변경한 이유로 이처럼 저조한 수익성과 자본비율 관리 여력이 제한적임을 꼽았는데 킥스(K-ICS)를 개선하고 필요시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대응전략으로 ▲투자자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 및 리스크 관리 ▲보험상품 구조조정, 손해율 관리 강화, 비용 절감을 통한 보험손익 개선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시장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투명한 경영정보 공개 ▲신용등급 하향으로 인한 조달 비용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한 신속한 자본성 증권 발행과 조달 ▲장기선도금리 인하, 부채 할인율 인하 등 규제 환경 변화에 대비, 자산·부채 관리(ALM) 강화 ▲보수적인 보험상품 운영 ▲감독당국과의 긴밀한 협력 등을 강조한다.

업계는 "현재로선 대체 투자자산과 퇴직연금 부문 이자 부담을 줄이는 방안,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등 제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내부 모델 정비 등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고 봤다. 이어 "올해 상반기 투자손실로 인한 낮은 수익성(ROA 0.77%)을 개선하기 위해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채와 공사채 비중을 확대하고 주식·파생상품 투자는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게 필요해보인다"고도 했다.

특히 금감원이 개선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제도 변화(지난해 연말 결산부터 도입)에 따라 업계는 이 해지율(예상)은 더욱 보수적으로 산정하게 됐는데 이에 따라 보험료가 최대 20%까지 인상되리란 전망이다. 이로 인해 보험사 미래 이익 규모가 감소하고 킥스(K-ICS)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저해지 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어 보험료가 일반 상품 대비 10~40% 저렴하다. 이 보험의 해지율은 각 보험사가 계리 가정을 통해 산출한다. 만약 이 가정이 실제보다 낮게 설정되면 보험사는 예상보다 많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거나 책임준비금이 부족해져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장기적으론 계약 유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IFRS17에서는 무저해지 보험의 리스크가 증폭 된다. 낮은 해지율이 시가평가된 보험부채에 반영되면 장기보험금 지급 부담으로 인해 부채가 증가한다.

업계는 또 시장 불신도 적극 해소해줘야 한다고 본다. 신평사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치 후 기존 보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롯데손보 상품을 해지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앞서 이달 약 900억원 후순위채권 조기 상환(콜옵션) 행사를 시도했지만 롯데손보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금감원이 제동을 걸면서 연기하게 됐는데 이로 인해 시장 불신도 큰 상황이다. 이 후순위채권 문제는 개인투자자 비율이 75%(676억원)에 달하고 있어 시장 신뢰 회복에 치명적인 부분이다.

자본 확대 일정과 킥스(K-ICS) 개선 로드맵 등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금감원과의 협의 내용을 투명하게 적극 공시하면서 신평사와의 신뢰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신용등급 하향에도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한 구조를 신속하게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올 2월 메리츠화재와 디비(DB)손보등이 각각 3000억원, 8000억원규모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는데, 이 자본성증권 발행은 자본 확충과 지급여력비율(K-ICS) 개선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업계는 현재 롯데손보의 저조한 수익성과 자본비율 관리 여력 등은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로 삼성손보와 KB손보 2개사, 혹은 최대 현대손보, DB손보, 메리츠손보까지 5개사 이외 보험사들은 전부 직면하게 될 문제라고 본다.

업계는 "상위 5개사 정도를 제외하면 이들 새 제도 도입을 맞출 재간이 없을 것"이라며 "현재 MG손보도 공중분해 수순을 밟고 있지만 2003년리젠트 화재도 지급여력비율 미달로 청산되기도 했다. 이 기준으론 지급여력비율 등은 모두 위험한 상태일 텐데, 롯데손보가 이 난제를 풀지 못하면 업계신호탄격 사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