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리뉴스) 김민재 기자 = 카드론이 다시 늘고 있다. 경기 악화와 대출 규제, 높은 금리가 겹치면서 제1금융권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최후의 자금줄로 카드론을 찾는 모습이다. 동시에 연체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카드사들의 수익성 방어 전략은 부실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서민 금융의 최전선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급한 불 끄는 카드론…불안정한 부채 구조 노출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 등 9개 전업 카드사의 4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50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285억원 증가한 수치다. 3월 말 부실채권 상각으로 일시 감소했던 카드론 잔액이 한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다.

주목할 점은 단기성 고금리 상품인 현금서비스나 리볼빙은 줄어든 반면, 카드론과 대환대출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4월 대환대출 잔액은 1조4535억원으로 전월보다 773억원 늘었다. 상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차주들이 다시 대출을 받는 악순환의 구조가 확인된다.

이는 은행권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나타난 일종의 '풍선효과'로 볼 수 있다. 대출 접근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카드론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 상황에 기인한 수요로 보인다"며 "급전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이 카드론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연체율과 이자 장벽…한계 차주의 리스크 부각

수요는 늘고 있지만 상환 능력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하나카드의 1분기 말 연체율은 2.15%에 달했고,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 역시 1.6%대로, 201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저신용 차주 비중이 커지며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신용판매 수익성이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이후 하락하면서 카드사들은 카드론 확대를 통해 수익을 보완해왔다. 그러나 경기 둔화로 카드론 자체의 수익성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4월 카드론 평균 금리는 전월보다 소폭 낮아진 14.5%로 집계됐으며, 이는 중금리 대출 확대 및 조달금리 하락의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금리 구조는 여전해, 이자 부담은 여전히 취약 계층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카드사들로부터 카드론 연간 증가율을 3~5% 수준으로 제한하는 총량 관리 목표를 받아둔 상태다. 그러나 실제 수요가 이를 상회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향후 금융당국과 카드사 간 리스크 조정 전략은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카드론은 한때 단기적 자금 부족을 해소하는 수단이었지만, 최근에는 일정 계층에게 상시적인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카드론 의존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적 수치의 증감보다, 고금리 대출 수요 증가의 배경과 부채 전이 구조를 진단하는 시각이 요구된다. 카드론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금융 소비자와 시장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