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이 1400만 주식 투자자들을 겨냥해 저마다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내 주식 저평가의 원인이 기업 지배구조에 있다고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는 내용에 방점을 뒀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주식 장기 투자 수요를 늘리고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키워드로 세제 혜택을 강조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주요 정책 공약에 주식시장 부양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재명 후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며 자본시장 정책에 관심을 보였다. 김문수 후보 역시 중산층 자산 형성을 위한 주요 과제로 주식시장 부양을 꼽으며 관련 공약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이 후보의 증시 대표 공약으로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법제화가 있다. 이사는 회사뿐 아니라 모든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을 법에 추가하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국내 주식 저평가의 원인을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로 지목하며 꾸준히 추진해온 과제다.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으나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좌초된 법안이다.

이 후보는 상법 개정 재추진 외에도 ▲집중투표제 활성화 ▲쪼개기 상장시 기존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신주 우선 배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통한 주주 환원 제도화 등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모두 지배주주 이익에 소액주주가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 밖에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외국인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등의 내용이 공약에 담겼다.

김문수 후보는 상법 개정안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상법 개정 대신 상장사에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기업의 분할, 합병, 유상증자 등 특수 상황에서 주주 보호 절차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안을 추진한 바 있다.

10대 공약에서는 세제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 세금을 줄여 주식과 펀드의 장기투자 수요를 늘리고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장기 주식 보유자 또는 펀드에 세제 헤택 ▲배당소득 분리 과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 확대 등이 담겼다. 윤석열 정부는 기업 밸류업 정책 과정에서 밸류업 우수 기업에 대한 상속세·증여세 감면과 배당 분리과세 등 세제 개편을 추진한 바 있는데, 기업 밸류업과 주식시장 수요 확대에 세제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김 후보 공약에도 반영된 것이다.

우선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배당 증가분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려 대주주의 주주 환원 의지를 높인다는 취지의 정책이다. 현재는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일 때 소득의 15.4% 세율을 적용하고 2000만원 초과분에는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 세율 49.5%)를 부과하는데, 이 경우 대주주들이 배당소득세로만 적지 않은 돈을 내야 해 배당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

김 후보는 배당소득 5000만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을 주고 초과 소득에 대해서 20% 분리과세를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며 배당을 받는 주주에 대한 혜택을 늘려줘야 주식 투자 수요를 늘릴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재명 후보 역시 배당 소득 분리과세에 대해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민주당은 분리과세가 대주주 또는 재벌 감세 정책이라는 비판적 견해를 밝혀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세제 개편 두가지 모두 자본시장에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한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시장 문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지배구조 개선이 가장 큰 부분"이라며 "재벌 기업 집단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단 지적들이 계속 논의됐고 그래서 상법 개정안이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제 혜택은 경제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주가가치 제고·장기투자) 할 수 있도록 하는 굉장히 좋은 수단"이라며 "다만 세법이 개정돼야 해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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