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종효 기자] 국내 교육기업들이 학령인구 감소와 내수시장 정체라는 위기 속에서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류 확산과 함께 한국어 교육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듀테크와 한국어 교육 솔루션을 앞세운 글로벌 사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회사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에듀테크 및 스마트교실 시장 규모가 2024년 1671억달러(245조원)에서 2027년 2329억달러(342조원)로 39%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웅진씽크빅, 비상교육, 대교 등 주요 교육기업들은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는 추세다.

국내 교육시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경쟁 심화로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2024년 기준 대다수 교육 대기업의 해외사업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1%를 넘지 못하지만 일부 기업은 해외사업 비중이 2.5%에 달하며 해외법인도 운영하고 있다.

대교는 2024년 165억원의 해외사업 매출을 기록했다. 비상교육은 인도네시아의 성인 직업교육 플랫폼 핀타르와 한국어 온라인 교육 콘텐츠 제휴, 대만 에듀테크 기업 '망고스팀스'와의 공급계약 등 현지 기업과 협업을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

교원 역시 베트남에 100% 출자한 법인을 설립해 교구교재 도소매와 교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투자 단계로 매출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나 업계에서는 "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지만 국내 시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글로벌 진출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웅진씽크빅은 AI와 증강현실(AR) 기반의 독서·학습 솔루션을 앞세워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 제품 'AR피디아'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혁신상을 3회 연속 수상하며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이집트 등 중동 지역을 비롯해 24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2025년 CES에서는 차세대 AI 독서 플랫폼 '북스토리'가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북스토리는 생성형 AI가 모든 책을 원하는 언어로 읽어주는 미래형 독서 솔루션이다.

웅진씽크빅은 또한 생성형 AI 기반 메타버스 영어 스피킹 서비스 '링고시티'를 베트남 최대 미디어 그룹 VTC 온라인과 협력해 현지화하고 일본 메타버스 박람회 및 미국 CES 2025에도 출품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남아와 남미 등 영어학습 수요가 높은 지역을 타깃으로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 앱도 출시할 계획이다.

비상교육은 미국, 베트남, 대만, 인도네시아, 일본, 네팔 등 24개국에 자사 글로벌 교육 플랫폼과 솔루션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미국 글렌데일 통합교육구(GUSD) 교육 행정가들을 초청해 한국어 교육 플랫폼 '마스터케이'와 AI 기반 대화학습 솔루션 '자유대화 AI', 쌍방향 디지털 한국어 교육 솔루션 '클라스(Klass)' 등을 선보였다. 미국 현지 교육 관계자들은 "AI 기반 한국어 학습 솔루션이 고등학교 이후 한국어 학습이 단절되는 현지 학생들에게 매우 유용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상교육 '마스터케이'는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 등 13개국에 진출했으며 2024년 기준 글로벌 통합 교육 플랫폼 'ACL'은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에 공급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2020년 현지법인을 설립해터치스크린과 스마트패드를 활용한 에듀테크 기반 양방향 한국어 학습 솔루션 '클라스'를 주요 대학에 공급하고 있다. 베트남은 2021년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채택할 만큼 한국어 교육 수요가 높다.

최근 한류 인기로 한국어 교육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내 한국어반 개설 학교는 219개교로 2020년 대비 28% 증가했다. 특히 로스앤젤레스 지역은 82개교로 미국 내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2020년 39개국 1669개교에서 2023년 47개국 2154개교로 한국어반 개설 학교가 늘었다.

미국 대학에서도 한국어 수강생 수가 2016년 1만3936명에서 2021년 1만9270명으로 38% 이상 증가해 외국어 수강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듀오링고 등 글로벌 언어학습 플랫폼에서도 한국어는 이탈리아어를 제치고 6위에 오르는 등 인기 언어로 자리 잡았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 수요도 급증해, 2024년부터 해외 시험 횟수가 최대 8회로 2배 확대됐다. 지원자 수는 40만명을 돌파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서는 한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TOPIK 취득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전통 교육기업 외 에듀테크 스타트업도 해외 진출이 두드러진다. AI 기반 학습 플랫폼 '콴다'를 운영하는 매스프레소는 전체 월간활성사용자(MAU) 90%가 해외에서 유입된다. 베트남에서의 성공적인 안착이 매출 성장에 결정적이었다. 이처럼 IT와 교육 콘텐츠를 결합한 'K-에듀테크'는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 교육기업의 해외진출은 국내 시장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AI, AR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교실 모델과 한국어 교육 솔루션은 한류와 결합해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정부도 국가별·권역별 맞춤형 한국어 보급 전략 수립, 현지 교재·콘텐츠 개발, 교원 파견 확대 등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현지화 전략과 장기적 투자, 교사 양성 등 질적 성장 과제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이 생존과 성장의 관건"이라면서도 "'한국어 열풍'과 에듀테크 혁신을 등에 업은 한국 교육기업의 해외진출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