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창수 기자]'상장 3수' 중인 HD현대오일뱅크의 최근 움직임이 주목된다. 그간의 기업공개 추진 과정에서 사업 다각화와 재무 구조 개선에 주력했으나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HD현대오일뱅크가최근 정제마진 상향 등 업황 반등 분위기를 타고 또 한 번의 상장을 감행할 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정유사업 계열사 HD현대오일뱅크는 지금까지 기업공개(IPO)에 세 번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지난 2012년 첫 상장 시도 당시 유럽발 재정 위기로 저조한 실적을 내며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2016년과 2017년에 잇따라 호성적을 내 2018년 두 번째 IPO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IPO 진행 중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와 공급 과잉으로 유가가 급락하며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입으며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주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저평가 우려가 커지며 재차 상장을 연기했다.

철회 4년 만에 IPO에 재도전한 2022년에는 직전 연도 역대급 영업이익(1조 1424억원), 정제 마진 고공 행진 등 호재로 상장이 예상됐다. 회사는 그러나 증시 폭락을 이유로 또다시 발을 뺐다.

HD현대오일뱅크 IPO는 HD현대그룹 신(新)성장 동력중 하나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IPO에 성공하면 그룹은 신사업 확대를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고 HD현대오일뱅크는 악화된 재무구조를 상당부분 개선할 수 있다. HD현대는 2024년 말 기준으로 HD현대오일뱅크 지분 74%를 보유 중이다.

다만 IPO 성사까지 가는 길이 험난하다. 세 번이나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매번 철수하며 IPO 카드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그간 업황 부진으로 하락한 실적 탓에 몸값도 5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상장에 도전할 때마다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를 내세웠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지난 2018년에는 석유화학(올레핀) 사업 추가로 정유 의존도 줄이기를 시도했고 2021년에는 당시 정부 친환경 정책에 발맞춘 수소 사업, 친환경 화학소재와 같은 사업을 내세웠다.

그러나 석유화학사업 부문은 공급 과잉 영향으로 지난해 적자 전환했고, 수소 사업은 제반 산업 인프라 확장 속도가 늦어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적 개선도 요원하다. HD현대오일뱅크는 매출의 경우 최근 3년(2022~2024)간 각각 34조 9550억원, 28조 1078억원, 30조 4686억원으로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2조7898억원, 6167억원, 2580억원으로 매해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0.8%를 기록했다. 올해도 관세 전쟁을 비롯한 글로벌 불확실성에 유가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며 비관적 전망을 키우고 있다.

다만 최근 OPEC+의 증산 움직임 및 정제마진 반등으로 정유업계 실적 개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점은 희망적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원유 생산량이 정점이고 이란 수출 제재 등 영향으로 유가 하방은 제한적"이라며 "유가 안정화로 정제마진은 큰 폭 개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유업체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HD현대오일뱅크의 IPO 재도전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HD현대오일뱅크 상장이 HD현대그룹 숙원 사업으로 꼽히는 만큼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HD현대오일뱅크를 두고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단기상환 부담이 높지 않는 등 유동성 대응 능력은 매우 우수하다"면서도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영업현금창출력이 부진하면 재무구조 개선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