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조각투자 상품 유통 플랫폼이 출범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었으나 증권사 등 관련 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아직 유통시킬 상품의 저변이 넓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미 법적으로 신종자본증권 유통이 가능한 한국거래소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 판에 먼저 뛰어들기 조심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9월 말부터 조각투자 유통 플랫폼 정식 인가를 개시할 예정이다. 현재 카사, 루센트블록, 펀블, 뮤직카우 등 4개사가 발행 중인 부동산·지적재산권 조각투자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일종의 장외 거래소를 만들겠단 것이다.

다만 아직 조각투자 시장이 성숙한 단계가 아니며 상품도 다양하지 못해 유통 플랫폼 사업에 뛰어드는 곳이 당장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선 카사 등 신탁수익증권 발행사들 가운데는 딩국에 유통 플랫폼 진출 의사를 타진해온 곳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업의 출발이 조각투자 상품 발행업이었으니 이를 우선시하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또 유통 플랫폼을 겸업해도 자사 발행 상품은 발행·유통 분리 원칙에 따라 거래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도 유통 플랫폼 진출 유인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샌드박스 기간이 끝나는 카사부터 루센트블록, 펀블, 뮤직카우가 순차적으로 발행 라이선스를 취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카사는 지난해 10월 이후 발행한 수익증권에 대해 다자산 상대매매를 막는 등 차츰 발행고 유통을 분리해왔다.

이들이 유통을 닫게 되면 당분간 조각투자 상품의 자유로운 거래도 이전보다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부동산 조각투자 상품에 투자했으면 발행사가 기초자산을 매각하기 전까진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것이다.

다른 사업자들이 유통 플랫폼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반응이 미지근하다.

두나무의 증권플러스비상장과 서울거래비상장 등 비상장주식 거래소 운영사들은 조각투자 거래소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사업자로 꼽혀왔지만 이들도 아직은 큰 움직임이 없다. 이미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조각투자 유통 플랫폼 구축에도 상대적으로 용이하긴 하지만, 조각투자보단 향후 법제화될 토큰증권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리테일 고객 저변 확대 유인이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도 유력 후보지만 아직까진 신중론이 우세하다. 아직 거래시킬 수 있는 상품이 많은 시장도 아니며, 지금의 조각투자 시장이 토큰증권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당장의 중개 수익을 챙기기보단 미래에 올 토큰증권 시대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비자한테 직접 연결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까지 검토돼야 한다. 투자하기에 안전한 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그래서 아직까지는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기보단 플랫폼(사이트)으로 연결해주는 정도로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리테일 강화에 도움은 될 수 있다. (라이선스 획득은)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미 법적으로 신종증권 거래가 가능한 한국거래소도 관련 부서만 운영할 뿐 시장을 출범하진 않고 있다. 아직 조각투자 시장의 저변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거래소는 법적으로 신탁수익증권 유통이 가능해 따로 라이선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투자계약증권 유통은 제한돼 있었는데 이 부분 역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해결했다. 사실상 현재 발행되고 있는 3개 회사의 미술품·한후 투자계약증권과 4개 회사의 부동산·음악저작권 신탁수익증권 모두 거래시킬 수 있는 상황이지만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아직 상장시킬 상품이 없기 때문"이라며 "시장 전체적으로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그 중 몇개가 상장되는 게 맞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 안온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상품이 많이 생기다 보면 규모가 커질 거고 그러다 보면 장내 시장을 이용한 자금 조달과 유통이 맞다고 생각하는 업체들이 자연스레 (거래소로)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