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30년대에 들어서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0%대로 하락하고, 2040년대에는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령화, 노동력 감소, 생산성 정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가운데 구조개혁이 지체될 경우 역성장 국면으로의 진입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잠재성장률 2040년대 0%대로 추락…역성장 가능성도

KDI가 8일 발표한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8% 수준이며 2030년까지는 1%대 초반을 유지하지만, 이후 2031~2040년에는 연평균 0.7%, 2041~2050년에는 0.1%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0.6%로 유지된다는 기준 시나리오에서도 이러한 결과가 도출됐다. 구조개혁이 미흡하고 생산성 증가율이 0.3%까지 떨어지는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2040년대 초반 역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노동력 감소·고령화가 성장잠재력 갉아먹어

KDI는 잠재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연령인구 감소를 지목했다. 생산연령인구는 2019년 3,763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수준인 52%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투입 기여도는 2030년 전후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며, 고령화는 총요소생산성의 성장률도 둔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기술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청년층의 비중이 감소하면서 생산성 저하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생산성 중심 구조개혁…지금이 골든타임

KDI는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총요소생산성(TFP) 향상에 초점을 맞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진입장벽 제거 등으로 생산성이 높은 혁신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정규직 과보호 완화 등을 통해 인적 자원의 효율적 재배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성과 고령층, 외국인력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역시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AI 기술 활용한 낙관 시나리오…기회는 남아 있어

KDI는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확산되고 구조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낙관적 반등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2031~2040년 잠재성장률은 1.1%, 2041~2050년에는 0.5%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역시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5만3,000달러까지 상승하는 반면, 구조개혁이 지체된 경우 4만4,000달러에 머물며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이는 향후 수십 년간 정책 방향이 국민소득 수준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재정·통화정책 체계도 전면 재정비 필요

잠재성장률 하락은 실질 중립금리를 낮추고 통화정책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KDI는 고물가와 저물가 리스크에 모두 대응 가능한 통화정책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한 반복적인 경기부양으로 인해 재정적자 기조가 구조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재정 건전성 확보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했다. 장기적 저성장 국면에서는 정책 여력이 제한되기 때문에 사전 대응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잠재성장률 하락, 이미 시작됐다

한국은행 추산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 이상이던 것이 2016~2020년엔 2.5%대로 떨어졌고, 2021~2022년에는 2% 안팎까지 하락했다. KDI의 이번 전망은 이러한 추세가 더 심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구조개혁 지연의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며, 앞으로 20년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잠재성장률 하락 FAQQ. 잠재성장률이란 무엇인가요?

A.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 없이 한 국가가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로, 노동력·자본·총요소생산성 등을 모두 활용했을 때 가능한 성장 수준을 의미합니다.

Q. 왜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나요?

A. 고령화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청년층 비중이 감소하면서 노동투입과 생산성 모두 감소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본투입도 둔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Q.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요?

A.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여성과 고령층의 노동참여 확대, 외국인력 활용 등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며, 장기적 재정 건전성 확보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