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유심정보 해킹 사고 이후 가입자들이 25만명 가까이 경쟁사로 이동하면서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며칠간 이탈세가 잦아든 모습이지만 위약금 면제 정책에 따라 업계 시장점유율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서버 해킹 사실을 공식 발표한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6일까지 SK텔레콤에서 KT,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고객은 24만806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알뜰폰 가입자를 제외하고 이통3사간 번호이동만 따진 수치다. 경쟁사에서 SK텔레콤으로 옮겨온 가입자까지 고려하더라도 SK텔레콤은 이 기간에 20만7897명이 순감했다.

전체 가입자 이탈 중 절반이 이달 중 이뤄졌다. 유심 정보 유출로 인한 추가 피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이달 1일부터 전날까지 12만4461명이 SK텔레콤에서 경쟁사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금 연휴' 막바지 가입자 이탈 규모 둔화…평일 대비 이동 규모 줄어

다만 지난 5일부터 시작된 SK텔레콤 신규 영업 중단 이후 고객 이탈 규모는 우려했던 것만큼 크지 않았다. 지난 5~6일 하루 평균 가입자 이탈은 하루 1만4000명 안팎 수준이다.

이를 두고 가입 해지 의사가 분명한 가입자는 이미 SK텔레콤을 떠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이탈세가 주춤한 기간은 황금 연휴라 평일 대비 이동 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입 해지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SK텔레콤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가입자 이탈 움직임이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위약금 면제에 따른 법적 문제를 비롯해 가입자간 형평성, 재무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임봉호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은 전날 일일브리핑에서 '번호 이동이 활발한데 장기 가입자 혜택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는지' 확인하는 질문에 "그 부분도 지금 여러가지를 고민하고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검토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보다는 고객들이 걱정하고 있는 불편을 빨리 해소하고 사태를 빨리 수습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혜택이나 다른 프로그램들은 추후에 진행할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SKT "위약금은 개별 고객 약정 따른 것…피해 발생시 책임지겠다"

SK텔레콤은 약정기간별 잔여 고객수, 위약금 예상 규모 등에 대해 영업비밀로 관리하는 내용이라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번호이동 고객 위약금 면제 검토 현황에 대한 질의에 "위약금은 개별 고객과의 약정에 따른 것으로 아직 사고 원인과 규모 등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위약금 면제가 불가능할 경우 대체 보상 방안은 뭐가 있는지', '번호 이동으로 계열 서비스 결합이 깨질 경우 인터넷, 전화 등도 위약금을 면제할 것인지' 등 가입자들이 궁금해 하는 주요 질문에 대해서도 "이번 사고에 따른 불법 유심 복제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현실화되지 않은 피해에 대한 보상은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SK텔레콤은 이달 중순께 해외 로밍 고객도 가입 가능한 유심 보호 서비스가 시행되고 물리적 유심 교체 없이도 교체와 같은 효과를 내는 유심 포맷이 가능해지면 현재 혼란이 어느 정도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날 예정된 국회 과방위의 SK텔레콤 해킹 사태 청문회에서도 위약금 면제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날 "뼈아프게 반성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한 최태원 SK 회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냈고,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국회 과방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청문회는 해킹 사고 이후 SK텔레콤의 대응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악성코드 BDF도어를 포함한 조사 현황, 판매점과 대리점 현장 목소리 등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