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임준혁 기자] "1분기 국내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은2% 증가했지만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환적물량이 6% 이상 늘어서 전체 물동량은 소폭 증가했으나 이마저도 부산항이 거의 다 가져가고 광양, 인천항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한국항만물류협회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항만물동량 상황을 이 같이 설명하며 "부산항의터미널 운영사들도 하역료 출혈 경쟁으로 일부 운영사는 적자를 보고 있고 나머지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전했다.한국항만물류협회는 전국 항만에서 컨테이너·비(非)컨테이너 화물을 하역하는 부두 운영사와 물류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이 관계자의 말은 국내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들의 현주소와 향후 나갈 길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분기 국내 무역항에서 처리된 컨테이너 물동량은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794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집계됐다.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 중 수출입 물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1.5% 감소한 428만TEU를 기록했다. 해수부는 "일본, 중국, 베트남의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8%, 1%, 2.8% 증가한 반면 러시아, 미국은 각각 23.8%, 0.9% 감소해 수출입 처리 실적이 소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환적물량은 6.7% 증가한 362만TEU로 집계돼 전체 물동량 상승을 견인했다.

환적물량은 목적지로 바로 향하지 않고 중간 기착지 항만에서 다른 선박에 옮겨 싣는 컨테이너 화물을 뜻한다. 통상 특정 출발지와 도착지를 연결하는 구간에 직항 노선이 없거나 비용이 높을 때 환적 방식으로 화물이 운송된다.

선사 입장에서는 직항 노선 개설 시 드는 막대한 초기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화주 역시 운송시간 단축과 하역비 절감 등의 측면에서 컨테이너 환적 운송을 선호한다.

항만 운영당국도 환적화물의 처리가 물동량에 포함돼 전체 물동량 증가뿐 아니라 고박업, 선용품 공급업, 컨테이너 수리업 등 항만 관련 부대 산업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항 선사들을 대상으로 환적물량 유치를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또 수출입보다 부가가치도 높다. 항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항에서 1TEU의 환적화물이 처리될 때 수출입보다 2.5배의 높은 수익이 발생한다.

1분기 국내 주요 항만별 컨테이너 물동량을 보면 부산항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626만TEU를 처리해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은 작년 1분기보다 0.5% 감소한 270만TEU로 집계됐다.

반면 환적은 전년 동기 대비 7.8% 늘어난 355만TEU를 기록했다. 중국과 미국 주요 항만 사이에 위치한 부산항이 환적 거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부산항의 중국 환적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했고 미국 역시 14.8% 늘어나 환적물량의 증가가 전체 컨테이너 처리량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항은 국내 수입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80만TEU로 집계됐다. 수출입은 중국과 베트남 물동량이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각각 3.7%, 2.9% 줄어든 영향으로 8% 하락한 79만TEU를 처리했고 환적은 32.3% 급감한 1만TEU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인천항의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이 8% 하락한 것은 대만 정기 선사 완하이라인을 비롯해 다수 정기 선사들의 인천항 기항 기피가 큰 영향을 줬다. 기피의 원인은 인천항을 기점으로 하는 항로에 수출입 물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 우선 꼽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인천항에 컨테이너 항로를 개설한 정기 선사들의소속 선박이올해 1~4월 입·출항한 실적이 척수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척이나 감소했다.

이 관계자는 "인천 남항에 위치한 인천컨테이너터미널, E1컨테이너터미널 등 기존 터미널과 인천 신항에 소재한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 가릴 것 없이 이 기간(4월 누계) 선박 기항 횟수가 모두 줄었다"며 "각 터미널별로 감소한 입·출항 횟수를 합한 결과 70척의 컨테이너선이 '실어나를 물량이 없다'는 이유로 인천항을 찾지 않았다"고 말했다.

1분기 49만TEU의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을 기록한 광양항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 미국(24.2%)과 중국(7.4%) 물량 상승에 힘입어 8.6% 늘어난 44만TEU로 집계됐다.

환적은 작년 1분기보다 29.3% 감소한 5만4000TEU를 처리했다. 해수부는 광양항의 환적 물동량이 줄어든 원인으로 글로벌 선사들의 해운 동맹 재편에 따른 기항 서비스 조정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부산항은 3월 누계 국내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78.8%를 차지하며 세계 7위 항만에 걸맞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신항을 중심으로 다수의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 간 하역료 덤핑 현상이 계속됨에 따라 물동량 증가의 실질적인 수혜가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산항 북항은 2개, 신항에 7개의 터미널 운영사가 각각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 제한된 물동량에 비해 운영사가 많다 보니 터미널에 기항하는 선사를 대상으로 하역료를 서로 깎는 출혈 경쟁을 서슴지 않고 있다. 3월 말 기준 신항 일부 운영사의 하역료 매출단가는 TEU당 3만5000원 선까지 떨어졌다.

계속 방치되면 터미널 운영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전체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4월 개장한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부두 2-5단계 터미널 운영사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은 2024년 매출 275억원, 영업손실 451억원, 순손실 524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DGT는 신항 7부두 3개 선석(화물의 하역 작업을 위해 선박이 부두에 접안하는 장소)을 운영 중이며 향후 피더 컨테이너선 부두와 2-6단계 터미널까지 들어서면 총 6개 선석으로 처리 능력이 늘어나게 된다. 부산항만 업계 종사자들은 "이 경우 15년 전 설립돼 물동량 창출에 있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신항의 기존 터미널 운영사마저 하역료 덤핑 심화란 '치킨게임'에 휘말릴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에서 장기간 재직한 종사자들은 현재 부산항이 소규모다수 터미널 운영사로 인한 문제를 해소하고 항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국, 싱가포르 항만처럼 단일 대형 운영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항만물류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 처리 기준 세계 10위권 항만의 대부분은 터미널 운영사가 1개"라며 "작년 5000만TEU의 물동량을 기록하며 세계 1위를 수성한 상하이항의 터미널 운영은 국영 상하이국제항무그룹(SIPG)이 독점하고 있고 2위인 싱가포르항(4000만TEU)도 PSA 1개 운영사가 맡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선전(深)·닝보저우산(寧波舟山)·톈진(天津)항 등 나머지 중국 주요 항만도 각각 국영 기업 1개 체제로 운영 중"이라며 "심지어 부산항보다 순위가 낮은 홍콩항도 허치슨이란 글로벌터미널운영사(GTO)가 단독 운영하고 있다"고 말해 부산항 터미널 운영사 간 통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