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내리는 것에 대해서 의심하지 말라"면서 "외부 변수가 너무 어지러우니 봐가면서 내리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 총재는 5일(현지시각)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동행기자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한은의 5월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앞으로도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시장의 불만은 경기가 나쁜데 왜 연속으로 금리를 안 낮추냐는 것"이라면서 "경기만 보고 금리 정책을 하는 게 아니라 경기를 보면서 내리겠지만, 환율에도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런 것들도 보면서 하기 때문에 한두 달 정도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4월 금통위와 같은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크다고 시사했다. 이 총재는 4월 금통위 당시 금리를 동결하며 "어두운 터널에서 무조건 빨리만 갈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관세 유예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여전히 전망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여러 지표를 볼 때 성장률을 내려야 할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주까지 데이터를 봐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정은 결정됐지만 여러가지 정치 상황 등이 우리 투자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성장률 전망은 많이 바뀔 거고, 금리는 성장 외에도 환율, 부동산 영향도 봐야 할 것 같다"면서 "(경기가) 하방으로 내려가는 영향이 있으니 낮출 이유는 많은데 얼마까지 내려갈 지는 5월 전망 때 다시 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트럼프 관세에 더해 이 총재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을 다시 등장한 불안 요소로 짚었다.

그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퇴에 따른 콘트롤타워 부재에 대해 "불확실성이 우리한테 좋을 리는 없다"면서 "바깥에서 볼 때는 선진국인데 저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고 그걸 또 해명해야 하니 곤혹스러웠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는 7월 9일 미국의 관세 유예가 끝나는데 다음달 3일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지 관계 없이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충분한 시간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7월 협상 전에 (입장을) 전달해 주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협상 자체가 흔들리는 것도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환율 변동성도 통화정책의 불확실 요인 중 하나로 거론했다. 이 총재는 "(그동안은) 위로 올라가는 걸 생각했다면, 지금은 내려가는 쪽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무역 정책과 타협 등에 대한 합의 기대가 올라왔고, 아시아 통화가 모두 강세를 보이는 상황으로 변동성이 커 예측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환율에 대해서 아시아 국가에 공통적으로 뭘 요구할지 아니면 개별 국가에 따로따로 요구할지 아직도 불분명하다"고 했다. 최근 환율은 이틀 새 30원 넘게 떨어지며 한때 1300원 후반까지 내렸다.

그는 또 "미국이 개별 아시아 국가들을 만나면서 환율을 절상시키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고 알려지고 미중 간 무역 갈등 타결 확률이 좀 높아졌지만 다 이게 어느 순간 확 바뀌어버리면 또 다시 오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시장에서 언급되는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와 1%대 저금리 가능성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내수는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건설 경기도 워낙 나쁘다"면서 "5월 연휴 카드 지출 내역이 일단 최대 관심이며, 정치 불확실성에 얼마나 투자가 떨어질 지도 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추경에 대해서는 "경제가 나빠지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집행하면 도움이 되지만, 지금 한다고 해도 3~4분기에 집행된다"면서 "많이 올리면 그해 성장률은 올리지만, 다음해에는 플러스 효과가 아니라 네거티브 효과가 나타나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토지거래허가제로 거래량이 확 늘어났기 때문에 아마 4~5월 달에는 가계부채가 늘어났다가 6월부터는 떨어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자율이 내려가는 국면에서 다른 자산 가격으로 돈이 흘러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이슈가 된 한은의 양적완화 이슈에 대해서는 "통화정책과 연결 시키는건 커뮤니케이션이 잘못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통화정책 운영 방안에 대한 고민"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최근 한 행사 환영사로 "제로 금리 근접시 양적완화가 가능할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언급해 시장에서는 당장 양적완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읽힌 바 있다.

이어 그는 "취임 후 잭슨홀에서도 기축통화 아닌 개도국에서의 양적완화는 부작용이 많아 고려할 수 없다고 강하게 연설문을 썼다"면서 "이자율만 가지고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다다를 경우 대안을 고민해보자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5월 금통위가 대선 직전 열리다는 점에 정치적 부담감에 대해서는 "선거가 없다고 생각하고 데이터 보고 결정하자고 금통위에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중립금리에 대해서는 "중장기적 지표로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 등에 바뀌었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면서 "단기적으로 논의할 상황이 아닌 레퍼런스로 생각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