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리뉴스) 김민재 기자 =식재료 구매와 외식 소비가 동시에 줄어드는 이례적인 현상이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외식 소비가 급감했지만 집밥 수요가 늘면서 음식료품 소매판매는 오히려 증가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식과 내식 모두에서 소비가 줄고 있으며, 배달 수요 역시 반등 효과를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음식료품 소매판매지수는 2022년 2.5% 줄어든 뒤 3년 연속 감소세다. 외식 업황을 보여주는 음식점업 생산지수도 2023년 0.7%, 2024년 1.9% 연속 하락했으며,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3.4% 급감했다. 전반적인 '먹거리 소비'의 축소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동시에 소비를 누르다

먹거리 소비 위축의 배경에는 고물가와 경기 부진이라는 이중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식품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채소·과일 등 농산물 가격은 2023년 이후 이상기온의 영향으로 급등했고, 최근에는 작년 말 고환율 기조가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에 반영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재점화되고 있다.

올해 3월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1% 상승해 1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도 3.2% 올라 작년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가격 인상은 수요 위축을 부추기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가격이 싼 대체재를 찾는 패턴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실질적인 소비 감소는 대체 수준을 넘어서는 양상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인한 실질 소득 감소가 겹치면서 소비 여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건설업 생산은 4개 분기 연속 하락 중이며,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0.7% 감소해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중산층(소득 상위 40~60%)의 여윳돈은 2023년 4분기 기준 7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5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경기 악화와 고용 불안정이 중산층의 필수재 지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 심리 구조적 위축…성장 회복 더 늦어질 수도

이번 소비 위축은 일시적인 이상 현상이라기보다 구조적 문제의 신호일 수 있다. 과거 경기 침체기에도 음식료품과 외식 소비가 동시에 위축되는 일은 없었다. 소비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먹는 것'마저 줄고 있다는 점은 민간소비 전반의 하방 위험을 암시한다.

팬데믹 당시처럼 소비가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전이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수축하는 모습이다. 특히 배달 등 비대면 소비 채널까지 포함한 음식점업 생산마저 줄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소비 방식 변화로 설명하긴 어렵다.

민간소비는 국내총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성장의 핵심 축이다. '먹는 것' 소비의 동반 감소가 지속될 경우, 전체 소비 회복은 더욱 지연될 수밖에 없다. 물가 안정, 가계 실질소득 제고, 산업 전반의 수요 회복이 병행되지 않으면 이 같은 소비 위축은 단기 현상이 아니라 경기 침체의 고착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