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세 수입 진도율이 30조원대 세수 결손을 냈던 지난해 동분기보다도 떨어지면서, 또다시 대규모 '세수 펑크'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정치권에선 "감세에 따른 구조적 펑크"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도 성장률 둔화와 통상 리스크 등 대외 변수로 세입 하방 가능성을 인정하며 재정 운용에 경고등이 켜졌다.

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5년 3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3월 국세 수입은 총 93조3000억원이다. 이는 올해 목표로 세웠던 예산(382조4000억원)의 24.4%에 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진도율(25.2%)과 최근 5년 평균(25.4%)보다 낮은 수치로, 결산 기준으로는 2020년(24.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엔 연간 기준 30조8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바 있어, 올해도 '세수 예측 실패'가 반복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사상 초유의 3년 연속 '세수 펑크'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현재 진도율을 보면 올해도 40조원 안팎의 세수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김영환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법인세·소득세 감세 정책이 세입 기반을 약화시켰고, 이에 따라 세수 결손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김영환 의원은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집중된 조세 감면이 과도하고, 세입 기반 자체가 약화된 상태에서 경기 부진까지 겹쳐 세입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지난달 29일 '윤석열이 남긴 100조 청구서, 차기 정부의 해법은?'이라는 국회 토론회에서 윤석열 정부 2년간 총 87조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한 데는 정부의 감세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2023~2024년 2년간 국세수입이 2022년보다 15% 감소했다며, 이로 인해 차기 정부는 향후 5년간 100조원의 세수 감소 부담을 떠안을 것을 내다보기도 했다.

올해도 당장 1분기 국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84조9000억원)보다 8조4000억원 늘었으나, 법인세 일회성 증가 효과에 불과하고 부가가치세와 증권거래세 등 시장 전반에서 들어오는 수입은 줄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기업 실적 개선과 이자·배당소득 증가로 올해 1분기 법인세 수입은 전년보다 6조5000억원(34.6%) 늘어난 25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1조5000억원 감소한 18조7000억원에 그쳤고, 증권거래세 역시 거래대금 위축으로 6000억원 줄어든 8000억원에 그쳤다.

특히 미국의 관세 위협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면서 한국 수출의 주요 축인 반도체·자동차·배터리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할 공산이 크다. 이는 곧바로 법인세 축소와 세수 결손 확대라는 구조로 이어진다.

여기에 생산·고용·소비 위축까지 겹치면 소득세·부가가치세 실적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1분기 세수 총액은 늘었지만, 전체 예산 대비 진도율은 더 낮아졌고 펑크에 대한 구조적 경고는 오히려 커진 셈이다.

기재부 역시 올해 미국의 상호관세 등 여파로 세수 결손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문균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3월 국세수입 관련 브리핑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세입 여건도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성장률 하락이 소비 등 경제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세수 하방 가능성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문균 과장은 "미국 통상정책의 향방과 국내 경기 및 주요 산업 영향, 자산시장 변동 등을 지켜보며 세수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기재부는 아직 세수 조기경보를 발령하지는 않았지만, 세수 흐름이 부진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반기 종합소득세(5월), 하반기 법인세 중간예납(8월) 실적을 토대로 9월 세수 재추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세수 오차 이후 세수 재추계를 정례화했고, 2022년부터는 급격한 등락에 대비한 '조기경보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 안팎에서 지적하는 내용들을 충분히 살펴보고 있고, 올해는 세수 결손이 나지 않도록 정확한 추계에 최대한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