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철 기자]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사업비 약 26조원으로 추산되는 체코 신규 원전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한국 기업의 원전 수출로는 지난 2009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에 이룬 성과다.

1일 한수원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30일 (현지시간)각료회의를 열어 두코바니 원전 신규 건설 예산을 승인했으며 오는 7일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수원과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CEZ)산하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는 체코 프라하에서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종 계약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계약이 체결되면 체코 비소치나주 두코바니 원전 1~4호기 인근에 설비용량 1000MW급 가압 경수로 원전 2기를 건설하게 된다. 오는 2029년 착공해 2036년 시운전, 2038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한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본계약 체결 일자가 확정돼 매우 기쁘다"며 "성공적인 계약이행과 적기 준공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관 협력 '팀코리아' 16년만 원전 수출

체코 정부는 지난 2022년 3월 두코바니 5호기 건설사업 국제 공개경쟁 입찰을 공고했다. 이에 한수원은 같은해 11월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과 함께 '팀코리아'를 결성해 입찰서를 제출하며 수주경쟁에 뛰어들었다.

한수원은 가격 경쟁력과 공사 기간 준수 능력, 안정적인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강조하며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제치고 이듬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초 올해 3월 본계약 체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이의 제기로 지연됐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사용하는 원전 기술이 자사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3개월여에 걸친 한미 정부 간 협상끝에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지식재산권 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공식 합의했다.곧바로 웨스팅하우스가 진정을 취하하면서 본계약 체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EDF도 입찰 절차의 공정성을 삼아 이의를 제기했으나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가 이의를 기각하면서 결국 한수원의 최종 계약 체결이 이뤄지게 됐다.

한수원은 최종 계약 체결 이후 한전기술,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과 설계 및 시공, 기자재 조달 등과 관련한 후속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K-원전'기술 경쟁력 입증...일관된 원전 정책 필요

두코바니 5·6건설 사업 수주에 이어 추가로 계획중인 테멜린 원전 2기 사업에 대해서도 우선협상권을 확보하게 됐다.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목표 달성의 강력한 모멘텀이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이 상업용 원전 이용이 시작된 세계 원전 시장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향후 'K-원전'수출 지형이 대폭 넓어지게 됐다는 평가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한국 원전 산업의 기술력과 국제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로 꼽힌다.

한수원은 지난 2009년 UAE바라카 원전 프로젝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 프로젝트에서도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원전 건설을 약속했다.

체코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수되면 한국은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무엇보다 한국 원전 생태계 전반에 엄청난 낙수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다만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해외 원전 수출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원자력발전 재도약 원년'으로 선포하고 3조3000억원 규모의 일감과 1조원 규모 특별금융을 지원하는 등 원전 산업에 힘을 실어왔다.그러나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다음 달 실시될 선거 결과에 따라 새로 들어설 정부의 원전 정책이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원전 정책에서 벗어나 국제 시장의 흐름을 따르며 일관된 에너지 정책 기조를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