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전시현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소유한 암호화폐 회사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이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과 민간 기업 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의 대표 재커리 포크먼은 트럼프 취임 직전 한 암호화폐 스타트업에 양사 발행 암호화폐의 상호 매입을 제안했다. 이 거래에는 트럼프 일가와의 연계성이라는 '특권'을 대가로 수백만 달러의 비밀 자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숨겨진 조건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기업들이 이러한 비윤리적 제안을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월드 리버티는 다른 투자자들을 설득해 5억5000만달러 이상의 코인 판매 실적을 올렸다. 이 중 상당액이 트럼프 일가의 몫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는 그동안 소셜미디어 회사 설립과 해외 부동산 거래 확대 등으로 수익을 창출해왔으나, 월드 리버티의 등장으로 발생한 이해충돌 문제는 이전의 어떤 사업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현재 트럼프는 주요 암호화폐 판매자이자 동시에 암호화폐 산업 정책의 최고 결정권자라는 이중적 위치에 있어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트럼프의 정책 변화다. 그는 과거 암호화폐를 '마약상과 사기꾼의 피난처'라고 강하게 비난했지만, 최근에는 암호화폐 지지 성향의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임명하고 법무부의 암호화폐 범죄 전담반을 해체하는 등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월드 리버티는 이스라엘과 홍콩 등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암호화폐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트럼프와의 관계 구축을 위해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들 중에는 연방정부의 불법행위 조사 대상이었다가 월드 리버티 투자 후 조사가 중단된 사례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월드 리버티는 트럼프 일가 기업들이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으며, 코인 판매 수익의 75%를 현금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지금까지 해온 일 중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소닉랩스의 설립자 안드레 크로니에는 이러한 상황을 "암호화폐 업계의 오점"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반면러시아 투자자 콘스탄틴 쿠즈네초프는 "트럼프를 통해 암호화폐로 수익을 창출할 기회"라며 투자 의도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