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리뉴스) 김혜인 기자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21년 만에 3등급으로 하락하면서 금융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예상보다 빠르게 평가 결과를 내놓은 가운데, 공정성 논란과 함께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당국, 우리금융 3등급 확정…이례적 강등 결정

1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한 단계 낮추기로 확정하고, 이번 주 내 금융위원회에 이를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이는 2004년 이후 처음이며,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가 3등급 이하 평가를 받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금감원은 이번 평가에서 ▲내부통제 미흡 ▲자회사 관리 부실을 주요 감점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에게 730억 원 규모의 불법 대출이 이뤄진 것을 포함해 총 2,000억 원대의 부당 대출이 확인된 점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금감원은 임종룡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부당 대출이 지속됐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이번 결정이 예상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앞서 "매운맛 검사를 예고한다"고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신한금융의 상장지수펀드(ETF) 사고나 KB금융의 부당 대출 사례와 비교할 때, 우리금융만 유독 강한 조치를 받았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이 정기검사 종료 후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확정하는 데는 통상 1년가량이 소요되지만, 우리금융의 경우 불과 2~3개월 만에 결정이 내려졌다. 이례적인 속도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서는 "결론을 미리 정한 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평가 결과가 향후 논란이 될 경우 감사원의 조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속한 결정이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는 반론도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종합검사를 통해 내부 문제가 확인된 만큼, 평가를 지연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 난항…금융위 결정이 변수

경영실태평가 등급 하향으로 인해 우리금융이 추진 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전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지주회사가 보험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원칙적으로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예외적으로 인수 승인이 날 가능성도 있다. 금융지주회사법과 감독규정에 따르면2등급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자본금 확충 ▲부실자산 정리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금융위가 예외적으로 편입을 승인할 수 있다. 실제로 2004년 우리금융이 3등급을 받았음에도 LG투자증권 인수를 조건부 승인받은 사례가 있다.

우리금융은 금융위가 경영 건전성 개선을 조건으로 최종 승인을 내려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은 은행 부문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 다각화를 위해 보험업 진출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킨 데 이어, 보험업 진출로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계획이다.

금융위, 5월 중 최종 결정 전망…M&A 시장영향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5월 중 정례회의를 통해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결과뿐만 아니라 우리금융의 재무 안정성, 자본 확충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의 평가는 참고 자료일 뿐, 최종 승인 여부는 금융위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며 "경영 실태뿐만 아니라 M&A 필요성, 시장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의 최종 결정이 우리금융의 경영 전략과 금융권 M&A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향후 금융당국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