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리뉴스) 박지환 기자 =국제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며 국내 시중은행에서 골드바와 실버바 판매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에서는 금 가격 차익을 노린 대규모 금괴 이동이 벌어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공급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등 '골드 러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2월 1~13일 골드바 판매액은 406억34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동기 대비 3배, 전년 동기 대비 20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 12일 한국조폐공사가 골드바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힌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다.

5대 은행의 하루 골드바 판매액은 이달 초 20억원대에서 7일 50억원을 돌파한 후, 조폐공사 공급 중단이 발표된 12일에는 57억원, 13일에는 108억원으로 치솟았다. 현재 일부 은행에서는 물량 부족으로 골드바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자산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는 금 가격 차이를 이용한 대규모 금괴 이동이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런던에서 금 가격이 뉴욕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월가 은행들이 유럽에서 금괴를 대량 매입한 후 뉴욕으로 옮겨 차익을 얻고 있다. 현재 뉴욕의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909달러를 기록하며 연일 상승 중이지만, 런던에서는 20달러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JP모건과 HSBC 등 주요 금융기관들은 대규모 금괴 수송 작전에 나서고 있으며,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내 금 현물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뉴욕 상품거래소(COMEX)에서는 금 인출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중앙은행 지하 금고에서 금을 찾기 위해 몇 주씩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금 시장을 흔들고 있다"며 "금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금값이 급등하자 국내 투자자들은 대체재로 은(銀) 투자에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의 2월 1~13일 실버바 판매액은 5억2889만원으로, 전월 동기 대비 15배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버바 판매액이 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그러나 실버바 역시 공급 부족으로 인해 일부 은행에서는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17일부터 실버바 판매를 중단하며, 신한·우리은행도 이미 실버바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