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명시된 보조금 지급 계약을 재협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보조금 무산 가능성에 더해 반도체 관세 부과까지 거론되면서, 미국 내 투자를 진행 중인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제정된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미국 내 투자 기업에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외국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금 지급 조건을 재협상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약 53조 원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이에 따라 약 7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돼 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인디애나주에 AI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하고 약 7,000억 원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지급 계약을 다시 검토하면서, 이들 기업은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마주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강력한 개입을 예고하면서, 보조금 지급 중단뿐만 아니라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는 대만과 한국에서 대부분 생산되며, 우리는 반도체 산업을 미국으로 가져오고 싶다"고 강조하며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압박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재조정하는 배경으로 ▲ 미국 내 추가 투자 유도, ▲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제한, ▲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호무역 정책 강화 등을 꼽고 있다. 특히 미국이 보조금 지급의 대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중국 내 생산시설 감축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중국 시안과 우시에서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생산량 중 약 40%가 시안 공장에서 생산되며, SK하이닉스 역시 전체 D램 생산량의 40%를 중국 우시 공장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두 기업에 대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부여해,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을 일정 부분 허용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무기 삼아 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나치게 수세적인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체해 미국 내 반도체 공급을 맡을 기업이 없다"며, "투자 축소 등의 카드를 활용해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정책 변화가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환경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치밀한 전략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A.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미국으로 유치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내 추가 투자를 유도하고,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감축을 요구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 조건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A.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투자에 따른 보조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있으며, 추가로 중국 공장 운영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경우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A.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나치게 수세적인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투자 조정 등을 통한 협상 전략을 활용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