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지표의 측정과 객관적 분석 활용이 늘어나며 전 세계적으로 지수형 보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서도 삼성화재가 지수형 항공기 지연·결항 특약을 보험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지수형 보험이란 사전에 정한 대로 지수(index)가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의 상품이다. 삼성화재는 이러한 상품은 보험금 청구가 간편하고 지급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한다.

기존의 실손형 항공기 지연 보장은 항공 지연 증명서 및 지연으로 인한 대기시간 중 발생한 비용 영수증 등 별도의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실제 손해액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삼성화재가 출시한 '출국 항공기 지연·결항 보상(지수형) 특약'은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여객기가 결항 또는 2시간 이상 출발 지연될 경우, 지연 시간에 비례해 최대 10만원까지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한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제공하는 공공데이터와 연동해 항공기 지연 또는 결항 발생시 자동으로 고객에게 알림톡을 발송하고, 안내에 따라 탑승권 사진만 업로드하면 청구 즉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편의성을 높였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해외에선 지수형 보험이 사고에 대한 빠른 대응과 복구를 위해 적극 도입되고 있는 추세"라며 "앞으로도 고객이 더욱 편리하게 보험 혜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파생금융상품 오해도···기능·관련 리스크 등 차이 분명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2024년 "지수형 보험은 보장기준의 객관성, 보험금 지급의 적시성, 상품설계의 유연성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춤에 따라 글로벌 시장규모가 2023년 148억달러에서 2032년 393억달러로 연평균 11.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2023년까지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지수형 보험이 활용됐다. 글로벌 약 148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담보위험별로 구분하면 자연재해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 비중이 56% 가량으로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35%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했고, 계약자 유형별로는 기업계약 비중이 45%였다.

재보험사인 스위스리에 따르면 2023년 자연재해로 인한 글로벌 경제적 총손실은 2800억달러에 달하며, 보험보장을 받지 못하는 비율은 62%로 확대됐다. 이에 해외에선 태풍·홍수·가뭄·지진 등 각종 자연재해를 대비하면서도, 소액단기보험 형태의 지수형 보험이 판매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 산하기관인 RMA(Risk Management Agency)는 강수량 지수를 기초로 강수보험을 개발해 작물 생육에 필요한 강수량 부족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스위스 리는 지진 피해자에게 소액 정액급부를 긴급 지원하는 지진보험을 개발하기도 했다.

일본의 '선물하는 보험, 지진 지킴이'는 진도 6 이상 지진이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소액단기보험이다. 보험 가입부터 보험금 수령까지 SNS 플랫폼인 '라인'으로 간편하게 처리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처럼 ▲재해 발생 시 이재민에 대한 긴급 생계자금 지원이 중요한 마이크로인슈어런스 ▲상품 전체적 베이시스 리스크가 크지 않은 농작물보험 등 정책성보험의 재보험 ▲물리적 손상이 수반되지 않는 손해를 보장하는 간접기업휴지보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수형 보험의 활용이 가능하다.

참고로 간접기업휴지보험의 사례를 꼽자면 2011년 태국 홍수로 인해 많은 자동차 부품 공장들이 셧다운되며 토요타, 혼다,닛산 등의 완성차 공장들이 조업손실을 입은 경우나, 반대로 완성차 공장 화재로 인해 부품 공장들이 납품을 못해 발생한 조업손실 등을 보장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각각 제3자인 공급자나 고객의 사정으로 발생하는 손실이다.

이러한 지수형 보험은 앞서 사례에서도 나타나는 것처럼 강수량이나 온도 등 특정 이벤트가 기준을 충족할 경우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파생금융상품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권순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지수형 보험은 파생금융상품과 비교해 목적·기능, 위험·수익구조 등에서 분명히 구분되며, 이로 인해 위험보장, 사고의 우연성, 대가 수수(보험료), 급여 지급(보험금) 등 보험업법상 손해보험상품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파생금융상품은 미래 시점의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 실현을 주목적으로 하며, 물리적 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에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험 상품과 구분된다.

또한 지수형 보장은 위험보장을 목적으로 설계돼 리스크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파생금융상품은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손익이 발생하며, 특히 레버리지를 사용하면 그 편차가 매우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지수형 보험은 보험 관련 법령으로 규제되며, 파생금융상품은 자본시장법이나 외국환거래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보험업계도 지수형 보험이 갖는 보장기준의 객관성, 보험금 지급의 적시성, 상품설계의 유연성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