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캐나다·멕시코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데 이어 보편관세 도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국 수출에 미칠 영향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특정 국가를 겨냥한 관세보다도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보편관세가 도입될 경우, 한국 수출에 미치는 타격이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조치에 따른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현재 중국에 대한 10%포인트(p) 추가 관세를 유지할 경우 한국의 총 수출은 지난해 대비 약 4억1000만 달러(0.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보편관세가 도입되면 한국의 수출 감소폭이 무려 132억 달러(-1.9%)까지 커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보고서는 미국의 관세 부과 시나리오를 세 단계로 분석했다.
① 중국에 10%포인트 추가 관세 부과 ② 중국 10%포인트 + 캐나다·멕시코 25%포인트 추가 관세 ③ 위 시나리오 + 모든 국가에 보편관세 10%포인트 적용

첫 번째 시나리오(중국 추가 관세 10%p)에서는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8억1000만 달러 감소하지만, 대미(對美) 반사이익으로 4억 달러 증가하면서 최종적으로 4억1000만 달러 감소하는 수준에 그친다.

두 번째 시나리오(중국 + 캐나다·멕시코 관세 25%p)에서도 한국 수출은 2억2000만 달러 감소로 예상됐다. 캐나다·멕시코의 수입 감소가 일부 영향을 미치지만, 미국 내에서의 반사이익이 커지면서 타격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세 번째 시나리오(보편관세 10%p 추가)에서는 한국의 총수출이 132억 달러(-1.9%)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특정국 대상의 관세보다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일괄 적용되는 보편관세의 파급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대미 수출만 100억3000만 달러(-7.9%) 감소하고, 대멕시코 수출도 15억7000만 달러(-11.5%) 줄어들 전망이다.

보편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수출의 주력 품목인 자동차, 반도체, 전자제품 등에서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미국이 보편관세를 도입하면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한국의 대미 수출품 중 중국·캐나다·멕시코 제품과 경합도가 높은 수송기기(자동차·조선·철도)와 전기·전자제품에서 상대적인 반사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익보다 보편관세에 따른 수출 감소 영향이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편관세 외에도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상대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만큼 미국도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만약 시행될 경우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부분의 품목에서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어, 상호관세 도입 시 한국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수지 적자(2024년 기준 660억 달러)를 문제 삼을 경우, 반도체·철강·의약품 등 특정 품목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적자를 지속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관세가 특정 품목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보편관세 도입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과의 외교적 협상을 강화하고, 대체 시장을 확보하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지원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보편관세 도입이 한국 수출 감소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대미(對美) 외교 활동을 확대하고, 관세 전쟁 장기화에 대비한 체계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국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미국이나 FTA 체결국으로 이전하는 등의 전략적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대기업은 미국 현지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경우, 한국 경제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정부와 기업의 유기적인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A. 보편관세는 특정 국가가 아닌 모든 국가에 동일한 세율로 적용하는 관세를 의미합니다. 미국이 보편관세 10%p를 부과하면, 한국의 수출 감소폭이 132억 달러(-1.9%)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 자동차·반도체·전자제품 등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A. 기본적으로 한미 FTA로 인해 대부분의 관세가 철폐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무역 적자를 이유로 반도체, 철강, 의약품 등 특정 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