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신연수 기자]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자진 상장폐지'를 한 쌍용C&E(이하 씨앤이)가 신용등급 하락이 임박했다는전망이 나왔다. 건설경기 시장이 얼어붙었고, 자기주식 매입으로 재무부담이 다시 확대되면서 차입금의존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업계는 향후 수익성 변화 외에도 '배당 재개' 여부 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주주인 한앤코시멘트홀딩스는 1조 6000억원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상황이어서 씨앤이의 배당이 꼭 필요하다.

한국기업평가의 등급하향 기준 지표인 EBITDA/금융비용 8배 미만, 차입금의존도 35% 상회 수준을 이미 2023년부터 충족하고 있으며 2024년 3분기 말 추가적으로 악화되었다. 3분기 말 한국신용평가의 하향 기준치도 2개 중 1개를 충족하고 있으며, 나이스신용평가의 지표도 충족하고 있다.

◆ 쌍용레미콘 매각으로 사업구조 재편

쌍용C&E는 지난해 완전자회사인 쌍용레미콘 지분과 쌍용레미콘에 임대하던 토지를 매각하고 사업구조를 환경자원 중심으로 재편했다. 쌍용레미콘은 지난 2009년 쌍용씨앤이의 레미콘사업부를 물적분할한 회사다. 1965년 국내 최초로 레미콘 산업에 진출해 국내 19개 생산공장에서 레미콘을 생산, 납품하고 있다. 연간 레미콘 생산량은 2022년 기준 459만㎡ 규모로, 유진기업·삼표산업에 이은 업계 3위 수준이다.

씨앤이가 공시에 밝힌 쌍용레미콘 매각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구조 개편이다. 쌍용씨앤이 관계자는 "쌍용레미콘 매각은 종합환경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근간을 마련하고 재무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환경자원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시멘트 비중을 줄여나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마침 레미콘 사업의 성과가 개선되고 있어 매각을 추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씨앤이의 주력 사업은 시멘트와 레미콘이었다. 2022년 기준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을 보면 시멘트 58%, 레미콘 19%, 환경자원 9%, 기타(석회석, 골재 등) 14%다. 쌍용레미콘은 씨앤이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었다. 매출 비중이 20%에 육박하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12% 수준으로 시멘트(49.1%), 환경자원(37.8%)에 비해 이익 기여도가 적다. 영업이익률도 7%로 전체 사업부문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재무구조가 개선되지도 않았다. 당초 재무 리스크로 작용했던 설비 투자 지출이 계속 이어졌고, 주주환원정책에 따른 자금 유출도 있었기 때문이다.

◆ 재무안정성 강화 시도와 달리'자진 상폐'로 재무 부담 증가

레미콘 사업을 매각하며 재무안정성 강화를 꾀한 쌍용C&E였지만, 자진 상장폐지를 하는 과정에서 자사주 매입으로 3380억원의 자금소요가 발생했다.

쌍용C&E는 1962년 5월 설립된 국내 선두의 시멘트 제조업체다. 시멘트, 환경자원 및 석회석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었던 씨앤이는 최대주주인 한앤코시멘트홀딩스(이하 한앤코홀딩스)가 씨앤이의 경영 효율성 제고 일환으로 비상장사 전환을 결정해 공개매수 진행 후 지난 7월 자진 상폐했다. 한앤코홀딩스는 쌍용C&E 주주들로부터 총 1억25만주를 취득했다. 이중 쌍용C&E가 우선 479만주를 취득했고, 나머지 524만주를 한앤코홀딩스가 사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앤코홀딩스가 쌍용C&E를 자진 상폐한 까닭은 상장을 유지하는데 따른 이득보다 비상장이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앤코홀딩스가 씨앤이의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건 지난 2012년이다. 당시 436억원을 들여 자산관리공사 산하의 쌍용양회(현 쌍용C&E) 지분 9.3%를 인수했다. 이후 2016년 4월 지분 46.14%를 8837억원에 매입했고, 같은 해 6월 2대 주주인 태평양시멘트의 보유 지분을 4549억원에 모두 인수했다. 한앤코가 지분 확보에 투입한 비용은 총 1조4375억원이다.

한앤코홀딩스 입장에서는 투입한 시간적·금전적 비용 대비 단기간에 이익을 실현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일단 씨앤이의 지분가치는 3조4560억원으로 1조3337원의 순차입금을 더한 기업가치는 4조7879억원이다. 이에 따른 한앤코의 보유 지분가치는 3조7000억원대로 추산되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4조원대로 뛴다.

그러나 국내 시멘트 업계에는 씨앤이를 인수할 여력을 가진 전략적투자자(SI)가 없다. 씨앤이와 함께 국내 3대 시멘트 기업으로 꼽히는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의 총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2조8580억원, 2조745억원 정도다.

그렇다고 이 상태로 기업을 보유만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씨앤이의 주가는 한앤코홀딩스에 인수됐을 당시 6000원 후반대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8년간 3000원대로 떨어졌다가 6000원대로 오르길 반복했다. 공개 매수 발표 이후 6900원으로 올랐으나,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꾸준히 5000원대 안에서 거래됐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쌍용C&E의 상장을 유지하면서 리스크를 안고가기 보다 상장폐지를 통해 기업가치를 보전하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더 우세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 업계 선두·생산효율성 우수하지만...향후 배당 재개가 등급 좌우할듯

쌍용C&E는 업계 선두의 시장지위와 우수한 생산효율성을 갖췄지만, 신용평가사의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다. 업계는 향후 배당 재개가 등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쌍용C&E의 연결 기준 3분기 실적은 매출액 3728억원, 영업이익 289억원, 분기순이익 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1%, 39.3%, 94.7% 급락했다.

신용평가업계는 씨앤이가 국내 선두의 시장지위와 산업 평균 대비 높은 설비가동률, 생산효율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방산업 업황 악화, 시멘트 판매가격, 유연탄 가격, 전력비 등 주요 원가 및 비용 등락, 환경 부문 투자성과 등이 영업실적의 주요 변동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공통적으로 "2024년부터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이 감소했다"며 "최근 국내 건축허가 및 착공물량 축소 추세를 감안할 때 올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나, 2023년 11월 시멘트 판매가격 인상 영향으로 과점적인 시장 구조 및 국내 선두의 시장지위, 최근 레미콘 업계의 품질 관리 강화 추세 등이 매출기반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시멘트 판매가격 인상효과, 유연탄 가격 하향 안정화 추세 등의 영향으로 시멘트 내수 출하량 감소에도 일정 수준의 수익성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됐다. 현재 시멘트 판매가격은 보통시멘트 기준으로 t당 11만2000원, 국제 유연탄 가격은 t당 140.03달러(약 19만원)에 형성돼 있다.

실제로 2021년 이후 EBIT/매출액은 하락하고 있으나 EBITDA마진은 25%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순환자원 사용에 따른 유연탄 대체율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상승, 탄소배출권 매각 규모 축소 등으로 매출원가율이 80%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와 함께 쌍용씨앤이의 설비투자 확대로 감가상각비 규모가 증가하며 2023년 연결기준 감가상각비율 16.7%까지 상승했고, 그 여파로 2023년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9.8%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자기주식 공개매수 등으로 인해 커진 재무부담이 등급전망에 영향을 미쳤다. 씨앤이는 지난 2019년부터 투자, 배당 등으로 순차입금이 지속해서 증가했다.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19년 말 7000억원에서 2022년 말 1조6000억원 대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종속회사인 쌍용레미콘 지분 및 관련 토지 매각을 통해 약 3800억원(세전)의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1조3000억원으로 줄었으나, 올해 공개매수 관련 약 3380억원의 자금 소요가 발생하는 등 차입금은 재차 늘어났다.

2024년 9월 말부채비율은 272.6%로 전년 말 130.5% 대비 크게 악화되었다.

설비투자(CAPEX)의 경우 2021년 폐기물 처리업체 인수 등 환경 부문 확대 과정에서 연결기준 약 1500억원의 현금이 유출됐고, 순환자원 활용 증대를 위한 설비투자로 2019~2022년까지 약 3000억원이 소요됐다.

지난해 CAPEX 투자가 상당 부분 마무리되면서 올해 환경 부문 관련 투자부담이 완화될 수 있지만, 영월 폐기물 매립장 건설사업(투자 규모 약 1800억원), 선택적 촉매환원 설비(SCR) 설치 등 신규 투자 진행이 최종 확정되면 투자부담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여기에 회사채 흥행 실패도 한몫했다. 올해 6월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헤서 미매각됐다. 흥행 실패 요인으로 시장의 수요를 끌만한 수준의 금리가 형성되지 못한 점과 현재 대주주인 사모펀드로의 배당 확대 기조가 발목을 잡았다는 점이 꼽혔다.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에 300억원 못 미치는 700억원 투자수요를 모으는 데 그쳤다. 내역별로 보면 2년물 700억원, 3년물 300억원으로 만기를 구성한 쌍용C&E는 2년물에서 380억원, 3년물에서 32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3년물은 모집액을 간신히 채웠지만, 700억원 규모 2년물은 모집액의 절반에 그쳤다.

이 같은 흥행실패는 완전자회사 편입으로 인한 재무안정성 저하로 등급전망이 하락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발행 채권 금리도 시장이 외면한 이유다. 쌍용C&E의 발행금리는 연 5.5% 수준에서 형성됐다. 그러나 씨앤이는 이번 공모 희망금리밴드 상단을 이보다 10~20bp(1bp=0.01%p)가량 낮춰 잡았다. 이를 두고 개별민평금리가 2년물은 4.4%, 3년물은 4.6% 수준이었던 반면, 밴드 상단을 +80bp로 둔 건 메리트를 부각시키지 못했다.

쌍용C&E는 이번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6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투자수요 미달로 결국 발행 규모는 1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키움증권은 쌍용C&E가 올해 6월 발행한 회사채인 326-1 채권을 발행금리보다 조금 높은 세전 연 5.09%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회사채 인수자인 키움증권이 손해를 보고 판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업계는 향후 배당 재개가 등급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 강성모 애널리스트는 "비우호적인 전방산업 업황 속에서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시멘트 판매가격과 유연탄 가격, 전력비 등 주요 원가 및 비용 등락, 환경 부문의 투자 성과 등에 따른 영업실적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지난해 시멘트 판매가격을 추가 인상했고, 안정적인 시장지위와 레미콘 업계의 품질관리 추세 등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성은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다만 자기주식 매수로 재무부담이 늘어났고, 배당 여부 등도 불확실하다. 여러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등급전망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업평가는 "건설경기가 악화로 시멘트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출하량이 떨어지겠지만, 시멘트 판매 가격이 오르면서 수요 감소를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며 "순환연료대체에 기반한 탄소배출권 매각 등으로도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익명의 관계자는 "배당 정책에 따른 현금흐름 변동성이 재무안정성을 좌우할 것"이라며 "배당 재개 여부는 확실하지 않으나 과거 수준의 배당규모를 유지할 경우 우수한 현금창출력은 유지할 수 있겠으나 재무구조는 계속 저하해 등급전망에는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건설업 업황에 따른 시멘트 출하량 및 제품 스프레드 변동, 환경자원사업의 정상화가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라며 "지배구조 및 배당정책의 변동가능성 등에 따른 최대주주 관련 자금부담 수준과 이로 인한 재무안정성 변화 추이에 대해 중점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준성 책임연구원은 "시멘트 판매가격이 많이 올라 수익성 자체는 일정 수준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안정적인 사업이라 현금흐름도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최대주주 측에서 상장폐지 이후 배당을 재개한다면 재무안정성이 계속 저하해 등급전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