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호진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 후폭풍이 국내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끼치는 모양새다. 부동산업계는 계엄령 사태 이후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시장이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이미 위축된데다소비 심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까지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주요 은행들이 지난 7월부터 주택담보대줄(주담대) 가산금리를 올려놓은 탓에 여전히 금리 부담이 적지 않다. 여기에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 매수 의향자들의 관망세는 더 심해질 수 있다.

건설업계가 비상계엄이 만 하루 만에 해제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우려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달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월보다 평균 16.2포인트(p) 하락한 82.0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뒀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회원사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100 아래면 그와 반대 상황을 나타낸다.

5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발표된 다음 날인 4일 서울 전역의 매물이 일제히 증가했다. △강동구가 2%로 가장 많았고, △중랑구(1.9%) △서초구(1.8%) 등 22개 자치구가 들썩였다.

시장 회복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소위원회는 문을 열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일정도 대거 취소됐다.박상우 국토부 장관은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함께 공공주택 공급 실적 및 계획 점검 회의를 열 계획이었지만 당일 오전 취소했다.

국토부는 주택 공급 절벽에 대비해 올해 연말까지 14만가구의 공공주택 인허가 승인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로정국의 불확실성이 이어져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분석이다.

공식 일정을 취소한 박 장관은 긴급간부회의를 소집해 "국민들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도로와 철도, 항공, 교통, 건설 현장 등을 정상 가동할 것"을 지시했다.

일각에선 당분간 해외수주 위축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걱정이 나온다.국내 불확실성이 해외 수주 경쟁력에 타격을 입히는 데다 환율 급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박상현iM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내 정치 불안의 장기화는 궁극적으로 내수 부진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경기의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례를 보더라도 국내 정치 불안은 상당 기간 원화 가치 약세와 경기 둔화 압력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수시간 만에 계엄령이 해제됐지만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경기 하방 리스크 확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