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희우 기자]증권사들이 오는 10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높은 수익률과 다양한 상품을 앞세워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5일부터 퇴직연금 수익성 제고를 위한 현물이전 제도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사로 옮기려면 보유 중인 투자 상품을 전부 매도하거나 만기까지 기다려야했다.

그러나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자유롭게 퇴직연금을 옮길 수 있게된다. 운용 중이던 상품의 만기를 기다리거나 따로 현금화할 필요가 없어 가입자의 편의성이 커졌다.

다만 이전은 동일한 연금제도끼리만 가능하다. 개인형퇴직연금(IRP)은 IRP로만, 확정기여형(DC)은 확정기여형으로만 이전이 가능하다. 또 이전할 금융회사에 보유한 상품이 있어야 한다. 투자자들은 현물을 이전할 때 해당 회사에 상품이 있는지 확인 후 이전해야 한다.

상품 이전이 가능한 것은 ▲예금 ▲정부보증채권 ▲회사채 등 채권 ▲원리금보장 파생결합사채 ▲펀드(MMF 제외) ▲상장지수펀드(ETF)다. 이전 불가능한 것은 ▲주식, 리츠 ▲파생결합증권 ▲금리연동형보험 ▲디폴트옵션이다.

오는 12월엔 로보어드바이저 퇴직연금 투자일임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알고리즘과 빅데터 분석 등에 기반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자동 운영하는 자산 관리 서비스다.

지난 6월 말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운용 알고리즘 208개가 테스트베드 심사를 마쳤으며, 증권사는 33개의 알고리즘을 올렸다. NH투자증권이 9개로 가장 많았고 미래에셋증권(8개), KB증권(7개), 교보증권(2개), 삼성증권(2개), 한국투자증권(2개), 대신증권(1개), 신한투자증권(1개), 한화투자증권(1개)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한 채 고객들의 자산이 대거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394조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207조원은 은행에 맡긴 금액이다. 그러나 운용 수익률로 따지면 증권사가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의 평균 퇴직연금 수익률은 2.4%인데 반해 증권사는 7.11%에 달한다.

높은 퇴직연금 수익률로 인해 증권사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최근 5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금융투자 업권이 2.93로 가장 높았고 은행업권은 2.15% 수준에 그쳤다. 주요 증권사들은 다양한 상품과 이벤트를 통해 고객 모시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퇴직연금 현물이전 상담 신청을 하면 CU편의점 모바일 상품권(3000원 상당)을 제공한다. 또 이벤트 기간 매주 10명을 추첨하여 치킨 쿠폰을 증정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AI가 고객에게 직접 ▲성장형 ▲성장추구형 ▲위험중립형 ▲안정추구형 ▲안정형 등 5가지 투자 유형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고객들은 가입 시점이나 매매 내역, 계좌 현황에 따라 맞춤화된 자산관리를 받아볼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퇴직연금 개인고객 모두에게 투자전략리포트를 제공하고, 1:1 대면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퇴직연금 고객들은 세무 전문가를 통해 자세한 상담을 받아볼 수 있으며, 지점PB 관리자가 매칭되어 있는 고객은 전담PB와 전문컨설턴트가 함께 컨설팅을 지원한다.

삼성증권은 10월 14일까지 IRP 계좌를 보유하고, 마케팅에 동의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5000명에게 커피쿠폰을 제공한다. 1000만원 이상의 자산(현금과 실물자산 포함)을 다른 금융기관에서 삼성증권 IRP로 이전한 모든 고객에게는 신세계 상품권 3만원을 지급한다.

NH투자증권도 '연금자산관리센터'를 통해 고객의 가입단계부터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퇴직연금 전용 유튜브 채널과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콘텐츠 정기구독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연금계좌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업계 간 고객 선점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소비자의 적극적인 상품 선택과 이동으로 자산배분 상품 경쟁 촉진될 것"이라며 "연금상품 수익률 개선 노력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