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수민 기자]고물가 장기화 기조 속 유통가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대형마트 델리코너로 '외식족'들이 몰리는 한편, 편의점에는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편장족'이 증가하고 있다.

실속형 소비 트렌드로 인한 고객들의 새로운 소비 방식이 유통가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도 이전과는 다른 경영 전략을 새롭게 내놓고 있다.

이랜드킴스클럽은 지난 3월 애슐리 인기 메뉴 200여종을 3990원대로 일원화한 델리 전문매장 '델리 바이 애슐리'를 강서점에 첫 론칭했다. 품질 좋은 뷔페 메뉴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고, 저렴한 가격까지 더해지면서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실제로 델리 바이 애슐리 상품은 마트 내 전체 델리 매출을 견인했다. 강서점의 델리 매출 비중은 2019년(1~8월 기준) 3.5%에서 올해 7.8%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 6월 부천점, 7월 강남점, 9월 불광점에 추가로 문을 열었다. 그 결과 델리 바이 애슐리는 론칭 약 5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만개(3월~9월)를 넘어섰다.

이랜드킴스클럽 관계자는 "오픈 시간인 10시부터 대기하여 델리를 구매해 가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라며 "가정간편식(HMR)처럼 추가로 조리할 필요도 없어 주부는 물론 마트 인근의 직장인 방문 수요도 크게 늘었으며 20~30대 비중도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간편하면서도 가성비가 좋은 즉석식품이 높은 수요를 이끌어냄에 따라 경쟁 대형마트들의 '델리 코너'도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최근 1~2인 가구의 증가, 고물가 장기화와 런치플레이션에 따라 고객들의 외식 패턴이 달라진 점을 주목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자 롯데마트는 지난 6월 서울 제타플렉스 잠실점·서울역점·그랑그로서리은평점 등 4개 점포에서 즉석식품을 구매해서 먹을 수 있는 푸드코트 형식의 '요리하다 월드뷔페'를 오픈했다. 60여 종의 뷔페 메뉴 상품을 3990원, 499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식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마트 내 전체 델리 코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상승했다. 특히 회사 밀집 상권에 위치한 월드타워점은 점심시간대에 많은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잦은 완판 사태를 빚었다.

이마트 또한 5000원 이하의 균일가로 판매되는 샌드위치(4280원), 삼각김밥(1580원) 등의 간편 식사류가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최근 구매와 동시에 바로 먹을 수 있는 고기 반찬 콘셉트의 '홈플식탁 매콤직화제육불고기'와 '홈플식탁 간장직화불고기' 2종을 가성비 좋은 7990원에 선보여 좋은 초기 반응을 이끌었다.

고물가 등 영향으로 대형마트가 새로운 '가성비 식당'으로 떠오른 가운데, 편의점은 '신선식품 쇼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소포장·소용량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마트보다 운영시간이 자유로워 시간 절감 효과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GS25에 따르면 신선강화매장은 일반매장 대비 장보기 관련 상품 카테고리가 최대 20배 이상 높은 매출을 보였다. 2021년 3곳으로 시작했던 신선강화매장은 올해 전국 490곳으로 확대됐으며, 연말까지 1000여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 역시 먹거리와 신선식품을 강화한 프리미엄 편의점 '푸드드림'을 현재 1300여개점에서 운영하고 있다. 최근 1년간(2023년 7월~2024년 7월) 푸드드림의 신선식품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0%가량 늘었다. CU 또한 장보기 특화점을 현재 전국 50곳에서 운영 중이고, 올 하반기에는 10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장보기나 마트 외식이 늘어난 것은 사실상 같은 이유를 가진다. 1~2가구 증가와 함께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며 "유통업체들도 점차 기존의 판매 환경에서 보다 확장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