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재명 대통령은 어려운 가정 환경을 딛고 변호사와 성남시장·경기도지사·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특유의 '사이다' 직설 화법과 승부사적 기질은 '언더독' 이재명을 키워낸 자양분이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변방의 벼룩이 소를 잡겠다"며 첫 대선에 도전 한 뒤 3수 끝에 승리를 거머쥐기까지 숱한 어려움도 겪었다. 사법리스크로 재판장을 오가며 선거를 치렀고, 당 대표 시기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수세에 몰리기도 했다. 정치적 생명뿐 아니라 목에 피습을 당하며 생명을 위협받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이 대통령은 이를 극복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이 대통령의 정치 운명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꼽힌다. 그는 계엄 선포 이후 국회로 달려오며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켰다. 담장을 넘어 국회 안으로 들어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일조했다. 내란 종식과 새로운 대한민국은 이 대통령의 대선 출사표가 됐다.

◆생일도 모르던 소년공…13세부터 공장 일

이 대통령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비주류·무수저다. 그는 과거 펴낸 책에서 자신의 어린시절을 '참혹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가난한 가정 환경을 견뎌야 했다.

이 대통령은 1964년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에서 5남 2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경기도 성남의 시장통 공중화장실을 청소하고 휴지를 팔아 번 돈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가족은 시장에서 버린 과일로 끼니를 해결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어머니는 가난 탓에 출생 신고를 미루다 점쟁이에게 받은 길일을 이 대통령의 생일로 신고했다.

이 대통령은 1976년 2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경기도 성남의 빈민촌 상대원 시장 꼭대기 월셋집으로 이사했다. 중학교 진학은 포기했고, 13살부터 소년노동자가 됐다. 6년 동안 여러 곳의 공장에서 소년공 생활을 한 이 대통령은 고무와 시계, 냉장고 등을 만들었다. 야구 글러브를 만드는 공장에서는 프레스에 왼팔 손목 관절이 눌리는 사고를 당해 '굽은 팔'이 됐다. 이 때문에 6급 장애인 판정을 받아 군 복무에서 면제됐다.

이 대통령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길을 '공장 관리자'가 되는 것에서 찾았다. 고졸 우대 조건을 맞추고자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학업과 공장 일을 병행해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중앙대 법대에 입학했다. 중앙대가 학점과 관계 없이 등록금을 면제해주고, 생활비 지원 혜택을 제안한 점이 끌렸다고 한다.

◆두 번째 도전 끝에 사시 합격…판·검사 대신 인권변호사의 길

이 대통령은 1986년 두 번째 도전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9년 사법연수원(18기)을 수료했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연을 듣고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이후 1989년 성남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연 이 대통령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에서 활동했다. 김혜경 여사와는 1990년 같은 교회에 다니던 셋째 형수의 소개로 만나 약 1년간의 교제 끝에 결혼했다.

1995년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성남시민모임 전신) 창립 구성원으로 참여하면서 시민 운동가로의 전환점을 맞았다. 성남시 공공의료 설립 운동을 벌인 끝에 2004년 시 의회에 '성남시립의료원 설립·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건이 부결되면서 현실 정치의 필요성을 절감한 계기가 됐다.

또 당시 시민단체가 시의회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시민단체 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 당해 기소되는 일도 발생했다. 한 교회 지하실에서 서럽게 울던 그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면, 세상을 바꾸겠다"며 정치인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했다.

◆성남시장·경기도지사 거치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정치인 이재명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2005년 8월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성남시장에 도전했다 2006년 한 차례 낙선했고, 재도전끝에 2010년·2014년 성남 시장 선거에 연이어 당선됐다.

첫 성남시장 임기를 시작해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무상교복과 청년 배당 등 보편적 복지 사업은 그의 상징적인 정책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2016년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전국구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광장에 나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구속"을 외치는 발언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2017년 19대 대선에 도전했지만 경선에서 탈락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당선됐다.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경쟁하며 혜경궁 김씨, 형수 욕설 음성 파일 공개 등 네거티브 공세에 곤욕도 치렀다. 이후 도지사를 지내며 자신의 기본 시리즈 정책을 다듬는 등 대선 재도전의 칼을 갈았다.

202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낙연 당시 후보를 누르고 승리해 승리해 본선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낙연 후보 측이 경선 과정에서 제기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은 본선에서도 이슈화되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대선 직후인 2022년 6월 제8회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원내에 입성했다. 대선 패배후 불과 3개월여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국회 입성 후 약 두 달 만에 당대표 자리에 올라 당권을 잡았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 승리로 당 대표를 연임하기도 했다.

22대 총선 과정에서는 친명횡재 비명횡사(친이재명계는 살고 비이재명계는 탈락) 공천 논란을 일으켰지만 총선에서 압승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친명(친이재명)계가 민주당내에서 주류를 형성했고 당원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당헌·당규 개정 등을 이뤄내며 당내 장악력도 강화했다. 이재명 일극체제의 민주당을 만든 이 후보는 대선 경선에서도 압도적인 표차로 후보에 당선됐다.

◆사법리스크·피습…위기마다 기사회생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 했던 이 대통령의 정치 인생도 수 차례 위기를 겪었다. 위증교사 사건과 대장동·백현동·위례동·성남FC 사건(배임·뇌물 등 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 8개 사건에서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20년엔 친형 강제 입원 관련 언급으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아 2심까지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되고 무죄가 확정돼 족쇄가 풀렸다.

대선 전 가장 큰 변수로 꼽혔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재판 역시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결론났지만, 파기환송심 재판이 대선 이후로 미뤄지면서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됐다.

지난해 1월 부산을 찾은 이 대통령은 목이 칼에 찔려 부산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사건도 겪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이 대통령 가족들의 의사 등에 따라 후송된 서울대병원에서 2시간 가량 긴급 수술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결국 국민이 합니다'에서 당시 사건을 언급하면서 "지금부터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러 차례의 사법 리스크와 소위 '죽을 고비'를 넘긴 이 대통령은 극단으로 갈린 정치·사회를 통합해야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1964년 경북 안동 출생 ▲중앙대 법학 학사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민선 5~6기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제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제20대·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 ▲제21대·22대 국회의원(인천 계양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제21대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