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이 오는 5일 퇴임하는 가운데 금감원이 설립 이래 두번째 장기 수장 공백 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오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퇴임식을 갖고 3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한다. 이 원장의 임기는 오는 6일이지만 이날은 공휴일인 현충일이라 하루 앞당겨졌다.

임기 내내 공식 간담회, 브리핑, 백브리핑,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존재감을 나타냈던 이 원장은 임기 마지막 날에도 공개 퇴임식을 통해 마지막 메시지를 남길 전망이다. 퇴임식 전에는 기자실을 찾아 출입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임기를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설립 이래 첫 검찰 출신 기관장이자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특수통 검사'라는 화려한 경력으로 관심을 받았던 이 원장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꼽히던 부동산PF 정리·재구조화 작업등에서 특유의 추진력과 돌파력을 보였다.

다만 금융위원회와의 엇박자 등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특히 윤석열 정권 말엔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던 상법 개정에 대해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하겠다"고 밝혀 이슈의 중심이 됐다.

차관급인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문재인정권 첫 금감원장이었던 최흥식 전 원장은 정권 출범 약 4개월 만인 9월 7일, 윤석열정권 첫 금감원장인 이복현 원장은 약 한 달 만인 6월 7일 취임했다.

다만 두 사례 모두 전 정권에서 임명된 마지막 금감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만큼 수장 공백은 없었다.

1999년 출범 후 가장 긴 수장 공백은 문재인 정권 후반기인 2021년 5월 윤석헌 전 원장이 퇴임한 후 정은보 전 원장이 취임하기 전까지의 3개월간이다. 당시에는 시한부 금감원장이 될 것이라는 부담감과 퇴임 후 취업제한 등 이슈로 후임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국무총리부터 순차적으로 인사가 이뤄질 경우 이번에 역대 두번째 수장 공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트럼프 정권의 관세 정책으로 환율 등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이에 대응해야 할 금감원장의 공백이 예고되며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고, 오는 9월에는 예금자 보호 한도가 오는 9월부터 1억원으로 상향되는 등 현안도 산적하다.

이런 가운데 새 정권이 금감원장 공백사태를 막기 위해 금융위원장보다 차관급인 금감원장을 먼저 임명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금융위원장 후보자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길게는 수개월도 걸릴 수 있는 만큼 현안 대응을 위해 윤석열 정권의 마지막 금융위원장인 김병환 위원장이 차기 금감원장을 제청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새로운 금감원장 후보로는 김병욱 전 국회의원,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이 거론된다. 금감원장 임명이 늦어질 경우 수석 부원장 대행 체제가 길어질 것이란 관측도 같이 나온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 정권이 기관장 공백을 막기위해 차관급을 먼저 임명할 것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다"며 "그 경우 현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는데 정석이 아니긴 하지만 이 경우 큰 공백 없이 차기 금감원장이 임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