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고용노동부 장관 재임 때부터 중대재해처벌법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쳐 왔다. 최근 선거운동 기간에는 이를 '악법'이라고 부르며 개선 의지를 보였다. 처벌에 치우쳐 있고 소규모기업에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다만 김 후보의 우려와 달리 법 시행 후 3년간 실형을 받는 사례는 미미하고, 50인 미만 기업이 처벌 받은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엄정 집행'을 주장하는 노동계와 민주당이 이번 악법 발언에 거세게 반발하는 배경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는 지난 15일 중소기업인협회 조찬강연에서 중대재해법을 두고 "내가 결정권자가 되면 반드시 이런 악법이 중소기업을 괴롭히지 못하게 고치겠다"며 "소규모 기업까지 적용하는게 맞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중대재해법 도입 당시 국민의힘 및 경영계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중대재해법은 2022년 1월 27일 처음 시행됐는데, 전면 도입에 앞서 중소사업장엔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당시 여당 국민의힘 측에선 재계를 대변해 영세사업장의 여력이 없다며 기간 연장을 촉구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이번 김 후보의 발언은 중소사업장의 산업안전 관련 인력 및 재정이 부족하고 처벌이라는 '형사리스크'까지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노동계는 오히려 처벌이 엄정하게 집행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처벌이 집행유예와 벌금에 그친다는 주장이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부가 조사에 착수하는데, 그 결과 경영책임자 등이 사업장의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점이 밝혀지면 처벌 대상이 된다.

일례로, 지난해 6월 근로자 23명이 사망한 화성 리튬공장 화재 사고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재판이 확정돼 통보된 사건은 15건으로,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경영책임자 형량의 경우 실형이 1건(1년)에 그쳤다. 나머지 14건은 집행유예(1~3년)이다.

법인 형량은 최대 1억, 최소 20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1월 중대재해법 3주년을 맞아 낸 성명에서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80% 가까이로 대부분의 중대재해 처벌이 집행유예와 수천만원 벌금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의 발언을 두고선 "중대재해 사망 사고의 94%는 중소기업에서 발생한다"며 "김 후보는 '기업 없는 국가는 공산국가'라는 극단적 프레임으로 노동자의 목숨을 비용으로 치부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노동본부는 "김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마치 중대재해처벌법이 중소기업을 어렵게 만드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법 시행 후 현재까지 50인 미만 사업장이 처벌 받은 사례는 1건에 그쳤다. 지난달 대구 동구 소재 조경공사업체 토리랜드의 대표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처벌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고용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원청이 하청(중소기업) 사업장 안전보건관리를 지원하고 정부가 관련 비용 절반 이상을 보태는 식으로 진행된다.

중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도 제공한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이행 등을 돕는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