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갑작스러운 사퇴에 대해 "마음이 무겁고 국민께 죄송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최상목 전 부총리는 이날 오전 기재부 내부망에 퇴임인사를 올리고 이같이 말했다.

최 전 부총리는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가족 여러분'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시작해 "갑자기 여러분께 작별 인사를 드리게 돼 저 자신도 당황스럽고 안타깝다"며 "연휴기간 동안 노트북 모니터 앞에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느라 인사가 늦었다. 정치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여러분과 헤어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특히 88일의 대통령 권한대행 기간 중 우리 현장의 불행한 한 페이지를 여러분의 도움으로 함께 건널 수 있어 든든하고 고마웠다"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여러분의 국정과 민생 안정, 재난 대응, 국가신인도 사수를 위해 하루하루 사투를 벌였던 모습을 국민들은 기억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재부의 성과를 언급하면서도 내수 회복 지연, 세수 추계 오류, 민생의 어려움 등 아쉬운 점도 많았다고 언급했다.

최 전 부총리는 "대내외 정책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기획재정부가 해결해야 할 산적한 과제를 여러분께 남기고 떠나게 되어 마음이 무겁고 국민께 죄송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저는 여러분을 믿는다. 기획재정부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며 "어떠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있어도 우리 경제 시스템을 잘 작동시키고 국가 신인도를 지켜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전 부총리는 무엇보다 행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인기영합적 판단과 외부의 압박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입법·사법·행정이 모두 중요하지만 저는 그 중 행정부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공직을 시작했고 떠나는 지금 순간도 같은 생각"이라며 "단기적인 인기영합적 의사결정을 배제하고 국가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우선하면서 (중략) 공생의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 국민이 행정부 공직자에게 부여한 사명이다. 이 과정에서 직무에 충실한 공직자를 외부에서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여러분의 신념을 지킬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공직자로서의 신념과 자긍심을 다져 주시기 바란다. 밖에서 늘 지지하고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 전 부총리는 이날 별도의 이임식 없이 각 실국을 찾아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최 전 부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지난 2일 직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한미 2+2 통상 협의를 이끄는 등 국정 현안에 몰두해왔던 그의 갑작스러운 퇴진 결정에 기재부 내부에서도 충격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