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리뉴스) 송민교 기자 = 미국 에너지부(DOE)가 올해 1월 바이든 행정부 임기 말에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추가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한국이 탄핵 정국으로 혼란을 겪던 시기와 맞물려 정부가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대응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지정이 한미 기술 협력과 동맹 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美 "한·미 협력엔 영향 없어" vs 韓 "문제 제기 중"

14일(현지시간) DOE 대변인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올해 1월 초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국을 SCL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정 사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DOE는 "민감국가로 지정됐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목록에 포함된 국가들과도 과학, 기술, 비확산, 대테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목록에는 중국, 러시아, 북한 외에도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 인도, 대만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됨에 따라 원자력,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 과정이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DOE는 "현재로선 한미 간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없다"고 밝혔지만, 향후 연구자들의 신원 심사 강화 등 추가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뒤늦게 문제를 인지하고 미국 측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관련 동향을 비공식적으로 파악한 후 미국 측에 우려를 전달했으며 DOE가 현재 사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 왜 한국을 포함했나?

바이든 행정부가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당시 미국은 대러시아 추가 제재 등 '정책 대못박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탄핵소추안 가결과 등 정치적 혼란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한국 정부가 대응 시점을 놓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북한 도발이 심화될 경우 전술핵 배치나 자체 핵무장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 미국 내 우려를 불러일으킨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정책은 변함이 없다"며 즉각 선을 그었다. 미국이 한국 내 자체 핵무장론이 확산되는 상황을 경계하며 이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결정이 실제 한미 기술 협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구 협력과 동맹 신뢰에 부담을 줄 수 있다.한국이 미국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온 상황에서 민감국가 지정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향후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