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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옹의 한글사랑] moderator와 로드킬이 무슨 뜻, 국어교육학회까지 영어 남용

우리뉴스 | 2024.04.04 | 신고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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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외래어는 우리말이지만 당연히 외국어는 우리말이 아니니 우리말에 섞어쓰면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상식이 우리 사회에서는 무시되곤 한다. 외래어와 외국어를 구별하지 않고 쓰는가 하면 아무 문제의식 없이 영어 낱말을 섞어쓰는 경우가 많다. 정 필요하면 괄호로 함께 적으면 그만인데 그대로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초등 국어교육 전공 국어 교수들이 주축이 된 학회 발표회 포스터에서 보통 쓰는 '사회/사회자, 좌장'이라는 말 대신에 'moderator'라는 말을 썼다. 한글(마더레이터)로 써도 그건 표기만 한글일 뿐 결국 외국어이다. 이런 외국어 남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인들은 번역을 통해 받아들여야 하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조정자, 사회자, 총회 의장' 등과 같이 나와 있는데 정확히 어떤 뜻으로 썼는지는 알 수 없다.

미국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받아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친 바 있는 미국의 강형원 기자는 한국 취재 중 3월 28일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식인들의 영어 섞어 쓰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강 기자는 1975년 미국에 이민 간 이래 33년간 미국 기자로 활약하다 2년 전부터는 한국에 돌아와 한국문화 이야기를 영어 지식 세계의 지적인 내용으로 만드는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강 기자는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을 잃어버리면 문화도 정체성도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모국어의 가치를 알리고 지켜나가야 할 국어 교사를 양성하는 교수들이 어떻게 무분별한 외국어를 그것도 국어교육 연구 발표회에서 쓸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강 기자는 몇십 년 만에 모국에 돌아왔을 때 한국인들이 모국어 또는 한글에 대한 자부심이 낮다는 것에 제일 먼저 놀랐다고 한다. 지식인, 방송인 할 것 없이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먼 미국에서는 한글과 한국어에 관한 관심과 격찬이 늘고 있는데 정작 한국에서는 영어 섞어 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며 안타까워 했다.

현재 한국어는 전 세계 8천만 명만이 쓰고 있는 언어로 한국인이 안 쓰면 사라질 언어라고 한다. 10대 가수들이 후렴구처럼 영어를 섞어 쓰는 것은 물론 케이팝 외국 진출에 도움을 주겠지만 방송인, 지식인들의 영어 남용은 백해무익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강 기자는 불필요한 영어 남용에는 무의식적인 뿌리 깊은 열등감이 작용하고 있는지 의심된다고 했다. 조선 시대까지는 한자를 모르면 사람 취급 못 받았고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어 등이 출세와 권력의 지름길이다 보니 '우리말 사용의 가치를 무의식적으로 경시하는 것 아닌가'라는 것이다.

강 기자의 우려가 아니더라도 외국어 남용은 쉽고 정확한 소통을 방해하여 결국 한국인의 문해력을 저하시킨다. 결국 영어 남용 문제는 세계화와 상관 없는 가장 기본적인 소통과 언어 인권 문제와 직결된다 지방 곳곳에 국민 세금으로 세워 놓은 간판에 쓰인 '로드킬', 이 말은 미국에서는 '로킬'이라고 하므로 외국인들도 알 수 없는 영어이고, 결국 아리송한 말로 '찻길동물사고'의 위험성을 오히려 가리는 것은 아닌지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편집자 주] 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 표명으로서 본사의 편집 방향이나 방침과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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