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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로나 금줄 치기, 참담하다

국제뉴스 | 2020.04.10 | 신고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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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현 기자/국제뉴스 정읍고창 주재

(고창=국제뉴스) 김병현 기자 =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아이가 태어나면 금줄을 치곤했다.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새끼줄에 숯덩이와 함께 빨간 고추를 꽂아 매달았다. 여자 아이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고추 대신 생솔가지와 숯덩이를 꽂았다. 아이가 태어났음을 알리는 의미도 있었지만 출입을 삼가 해 달라는 일종의 의사표시였다.


기간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통상 세이레에서 일곱이레 동안 매달아 놓았다. 이는 부정을 막고자 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무균상태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면역을 형성하는 시기인 만큼 외인의 출입을 막아 감염원을 차단하고자 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였다. 이러한 풍경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점차 사라져 80년대 이후로는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사라진 줄만 알았던 금줄치기가 2020년 봄 대한민국 각지에서 시작됐다. 신생아가 있으니 재발 우리 지역에는 오지 말라는 슬픈 금줄치기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가슴 아픈 현실을 우리들은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라 어안이 벙벙하다. 심지어 몇몇 지자체는 상춘객이 몰려들자 유채꽃 밭을 갈아엎는가 하면 꽃구경을 하지 못하게 아애 차단 막을 설치해 버리는 지자체까지 등장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다.


크리스탈리아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금의 상황을 " 대공항 이래 최악의 경제 상황"이라 말하고 있다. 굳이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말을 인용치 않아도 충격파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가늠이 가능하다. 때문에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들 더 나아가 국민들은 애가 탄다. 나름 극복하고자 지자체들은 앞 다퉈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체감하기에는 "아직"인 것 같다. 정부도 하루가 멀다 하고 숱한 정책을 쏟아 내고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서는 "글쎄"라고 말들 한다. 어떤 이는 "당장 숨이 넘어가는데 이제 서야 인공호흡기를 만들라고 주문하는 식이다"며 격앙된 목소리다. 사후약방문 정책이란 비판도 뒤 따르고 있다.


고창군도 코로나19 쓰나미를 피해가지 못했다.


고창군은 2004년도부터 시작해 올해로 17회째를 맞이하는 청보리 밭 축제를 9일 전격 취소했다. 올해는 축제장으로 향하는 14개 읍면 32곳에 1408ha 면적에 유채 꽃밭을 조성했다. '청보리와 유채꽃'의 환상의 콜라보를 방문객들에게 선사하고자 했던 대형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벽을 넘지 못하고 취소됐다. 그동안 흘린 땀방울이 허사가 되고 만 것이다. 관계자 뿐 아니라 고창군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고창 청보리 밭은 2014년 경관농업특구로 지정되었다. 봄이면 청보리밭 축제가, 여름이면 해바라기, 가을에는 메밀꽃 축제가 이곳에서 매년 열린다. 찾는 관광객 수 만도 100만을 육박하고 있어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1001곳임에 전혀 손색이 없다. 여기에 더해 면적만도 30만평에 이르고 있으니 스케일 또한 여느 축제장을 앞도 한다. 30만평 이는 결코 적은 면적이 아니다. 덕분에 그곳에서 펼쳐지는 초록의 군무는 무아지경이자 황홀경이다. 그런데 이러한 축제가 코로나19를 극복하지 못하고 취소된 것이다. 준비를 위해 고생했던 관계자들의 심정은 오직할까? 필자는 그 심정을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란 시로 대신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정말 참담하다.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품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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