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뉴시스】이윤희 기자 = 올 시즌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은 최태웅(40) 감독이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현대캐피탈은 6일 오후 2시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6 25-21 25-17) 완승을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4~6라운드를 전승으로 마무리 해 18연승을 달렸다. 이는 2005년 V-리그가 출범한 이래 최다 연승 기록이다.

최 감독은 부임 첫 해 정규리그 우승과 최다 연승 신기록 수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현대캐피탈은 경기가 끝난 뒤 우승 세리머니와 함께 최 감독을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지난해 미처 치르지 못한 최 감독의 선수 은퇴식을 열어준 것이다.

은퇴식은 비밀리에 진행됐다. 구단은 최 감독이 이날 경기장에 온 뒤에야 슬며시 귀뜸했다.

이벤트는 끝이 아니었다. 만원 관중 앞에서 이뤄진 은퇴식에는 최 감독의 부모님이 깜짝 등장했다. 최 감독은 끝내 눈물을 쏟았다.

그는 "초등학교때 경기를 하는데 아버지가 카메라를 사와서 나를 찍어줄 정도로 많은 힘을 실어줬다. 배구계에서 아버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며 "그렇지만 나는 불효자다. 잘해드려야하는데 일만하고 집에는 안가고 했던 생각에 울컥했다. 못난 아들이란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돌아봤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화려한 마무리를 한 덕에 스트레스가 날아간 것도 최 감독의 마음을 약하게 한 것으로 보였다. 그는 "스트레스가 많았다. 오늘 조금 풀렸으면 한다"고 덤덤히 털어놨다.

최 감독은 배구인생에서 눈물을 흘린 것이 두 번째라고 했다. 첫 번째 눈물은 아픈 눈물이었다.

최 감독은 "선수시절이던 지난 시즌 OK저축은행과의 경기 후 안산 라커룸에서 처음으로 울었다"고 고백했다.

"그때 우리팀이 성적이 좋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선배로서, 팀의 고참으로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경기장에서 그 역할을 못했다. 마음이 답답하고 풀때가 없어서 라커룸 화장실에서 배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울었다."

서른 아홉살에야 처음으로 배구 때문에 울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두 번째로 눈물을 흘리게 됐다. 눈물의 의미는 사뭇 달랐다.

최 감독은 선수단에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의심하는 이야기가 있었음에도 선수들이 신경쓰지 않고 현대캐피탈 만의 스피드한 색깔을 만들어줘 대견하다"며 "18번 이기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스트레스도 많았을 텐데 슬기롭게 대처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우승과 최다 연승의 원동력으로는 "긍정의 힘"을 꼽았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실전 경기에서는 위축 돼 원하는 플레이를 못하고 주위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컸다. 선수들이 잘 할 수 있게 하는게 무엇일지 생각을 했고,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로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선수들이 고정관념을 깨니 긍정적인 힘을 얻었다"며 "지금은 지고 있을 때도 선수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긍정의 힘이 현재 우리팀에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규리그를 마친 현대캐피탈은 챔피언결정전에 직행, 오는 18일부터 플레이오프 승자와 시즌의 진짜 주인공을 가린다.

최 감독은 "결승전이 남아있다. 우승만 할 수 있다면 풀렸던 스트레스가 더 많이 쌓여도 된다"고 정상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뉴시스 | 이타임즈 신디케이트.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