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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작은 클립 하나로, 고장난 심장 판막 고정해 피 역류 막는다

국민일보 | 2020.08.11 | 신고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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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흉 수술 않고 혈관 이용 시술
수술 부담 큰 노년층에 희망
서울성모병원 등서 시술 성공



심장 판막의 노화로 인한 심장질환이 늘고 있다. 인구 고령화 영향이 크다. 특히 심장을 구성하는 2개의 심방(좌·우심방)과 2개의 심실(좌·우심실) 가운데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위치한 ‘승모판막’ 이상으로 인한 승모판역류증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심장의 다른 판막질환 보다 유병률이 높다.

1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승모판역류증 진료 환자는 1만6286명으로 2015년(1만3847명)에 비해 4년 새 17.6% 증가했다. 60대가 24.1%(3919명)로 가장 많았고 70대(22.2%) 50대(19.8%) 80대 이상(11.4%) 등 순이었다. 환자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장·노령층이었다.


심장은 주기적 운동을 통해 혈액을 중심부로 가져오고 전신으로 보내는 펌프 역할을 한다. 판막은 심장 내 피가 역류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여닫이문’이다.

심장에는 승모판(좌심방과 좌심실 사이) 삼첨판(우심방과 우심실 사이) 대동맥판(좌심실과 대동맥 사이) 폐동맥판(우심실과 폐동맥 사이) 등 4개의 판막이 있다. 이들 판막이 열리고 닫히는데 이상이 생기는 게 심장 판막질환이다. 판막이 완전히 열리지 않으면 ‘협착증’, 완전히 닫히지 않으면 ‘폐쇄부전증’에 해당된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구조심질환 중재시술팀 장기육(순환기내과) 교수는 “고령화는 심장 판막의 퇴행성 변화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인자다.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등이 이런 퇴행성 변화를 일으키고 가속화시키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승모판막의 퇴행성 변화는 승모판역류증의 60~70%를 차지한다. 물건을 오래 쓰면 낡듯이 승모판막도 오래되면 흐물흐물해져 제 기능을 잃을 수 있다. 승모판막이나 주변 구조물 이상에 의한 1차성과 확장성 심근병증 등 질환에 의한 2차성 역류증으로 구분된다. 장 교수는 “고령일수록 퇴행성에 의한 것과 2차성 승모판역류증 유병률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2개의 날개로 이뤄진 판막이 좁아지는 승모판협착증이 생기면 승모판막이 잘 열리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좌심방의 피가 좌심실로 흐르기 어려워 좌심방의 압력이 높아지고 점점 커진다. 심방이 비대해지면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오고 그로 인해 생긴 혈전(피떡)이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다.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승모판폐쇄부전증은 좌심실에서 좌심방으로 피가 역류하는 현상이다. 좌심방에서 빠져나갔던 혈액이 다시 돌아오게 돼 전신으로 가야할 피가 부족하게 된다. 몸에 혈액이 원활하게 돌지 않으면 심장과 폐에 부담을 줘 호흡곤란이 생기고 제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심장기능이 약해져 심부전이나 여러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장 판막질환의 경우 기존에는 약물치료나 가슴을 여는 개흉수술을 통해 낡은 판막을 다듬거나(성형술) 아예 인공판막으로 바꿔 끼우는 방식(치환술)으로 교정했다. 하지만 고령이거나 다른 질환을 동반한 사람 등 고위험군은 위험 부담이 커 한계가 있었다.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 마련이 시급했다.

근래 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을 이용하는 ‘경피적 시술법’이 도입돼 한계 극복의 시발점이됐다. 이는 넓적다리 부근 혈관으로 가는 관을 넣어 가슴까지 밀어올린 뒤, 그 관을 통해 삽입한 풍선으로 좁아진 판막을 넓히거나 병든 판막을 새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특히 최근 몇몇 대학병원에서 성공한 ‘마이트라클립’ 시술은 중증의 승모판역류증이 있는 수술 고위험군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는 대퇴부 정맥으로 도관을 넣어 좌심방까지 밀어올린 뒤, 3D심장 초음파를 보면서 그 관을 통해 이송된 1~2개의 작은 클립으로 고장난 승모판막 2개(전·후엽)를 고정해 접합시키는 것이다. 집게 모양의 클립이 장착되면 판막이 닫히지 않아 생기는 틈을 막아줘 피의 역류가 거의 사라진다.

장 교수는 “수술 고위험군에서 개흉수술은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 그간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이트라클립은 이들에게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 혈관을 통해 이뤄지므로 수술에 따른 합병증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트라클립 시술은 미국 유럽 등에서 10여년 전부터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7년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가능해졌으나 고가의 비용 등 이유로 지난해까지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1월부터 주요 병원을 중심으로 조금씩 시행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이 시술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아 시술 비용은 4000만원 정도 든다.

시술 후 주의할 점도 있다. 클립을 이용해 승모판막을 접합시키는 만큼, 판막 협착이 발생할 수 있다. 혈관 관련 합병증이나 혈전(피떡) 등에 의한 부작용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장기적으로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마이트라클립이 잘 위치하고 있는지, 혈액 흐름 상태는 어떤지 평가해야 한다.

장 교수는 “시술 6개월 후에는 삽입한 마이트라클립 위로 살이 덮히는 이른바 ‘상피화’가 이뤄져 한 번 받으면 영구적”이라면서 “2003년 미국에서 처음 이 시술을 받은 환자는 지금까지도 특별한 부작용 없이 살고 있다”고 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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