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호진 기자]최근 편의점을 둘러싼 각종 사건·사고가 빗발치고 있다. 점주 없이 아르바이트생 혼자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24시간 영업을 해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절도는 기본이고 폭행에 심지어 살인까지 벌어지는 상황을 감안할 때 '112 안심벨' 외에 안전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일명 '편의점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국 곳곳에서 편의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06년 2139개였던 서울시내 편의점은 2014년 5614개, 2017년 7698개, 2020년 8776개로 증가했다. 2021년에는 8493개로 소폭 감소했지만, 2006년 대비 약 4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생필품 정도만 구매할 수 있었던 편의점은 최근 삼겹살과 과일 등 대형마트에서나 살 수 있었던 품목도 대거 취급하면서 1인 가구 고객이 쇼핑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금융, 택배, 카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등도 이용할 수 있어 남녀노소가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됐다.

그러나 대중이 찾는 편의점은 이제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일터가 됐다. 경찰청 범죄 발생 장소 통계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발생한 범죄 건수는 2019년 1만4355건, 2020년 1만4697건, 2021년 1만5489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범죄 유형도 다양했다. 2021년 폭행 1365건, 강제추행 226건, 협박 208건, 강도 39건 등이 발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촉법소년'이라고 주장하는 중학생이 난동을 부리는 일이 있는가 하면,2019년 부산에서는 러시아 국적 외국인 2명이 편의점에서 100만원을 훔쳐 도주한 사건도 있었다. 이렇듯 편의점을 두고 나이·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한 범죄들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편의점에는 근무자의 안전을 위한 112 호출 비상벨이 구비 돼있지만,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서는 대응이 늦는다고 토로한다.

경기도 김포시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A씨는 "제가 근무하는 편의점은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늦은 저녁이나 새벽시간 때 술을 드신 분들이 꽤나 오신다. 손님이 반말을 하시는 건 늘상 있는 일이고 카드나 돈을 던지시는 분들도 꽤나 있다"면서 "근무한 지 이제 1년 정도가 다 돼 가지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만일 큰 사건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2021년 7월부터 외부에서 담배 광고가 보이는 걸 막기 위해 편의점마다 불투명 시트지를 유리창에 붙이면서 범죄에 더 취약해졌다고 강조했다.

편의점 시트지 부착은 정부의 금연 정책이 강화된 데에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과 청소년보호법 등을 근거로 '담배광고 외부 노출'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현행법 상 매장 외부에서 담배 광고가 보일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다른 알바생 B씨는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마음 먹고 온 사람과 대치한다면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며 "청소년의 흡연을 막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편의점에서 다양한 범죄가 발생하는 만큼 장소가 아니라 범죄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청소년의 흡연 욕구를 막기 위한 담배광고 차단도 중요하지만, 묻지마 범죄의 경우 언제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근무자의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